최근 프랑스 남부도시 툴루즈에서는 죽은 자의 명예를 53년만에 부활시키는 기념행사가 있었다.2차대전 당시 사망한 무명용사에게 이름을 되찾아주고 고인의 유족들에게 망실됐던 과거를 돌려주는 자리였다. 사라졌던 역사의 편린이 반세기만에 회복되는 이 뜻깊은 행사는 언론의 끈질긴 추적과 당국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프랑스의 일간 「라 데페시 뒤 미뒤」는 2차대전중 툴루즈일대의 전투에 관해 취재하다가 당시 사망한 군인의 시신 1구가 신원이 미확인된 상태로 벨기에의 군인묘지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전몰용사가 연합군 소속이었는지 아니면 독일군이었는지 조차도 불투명했다.
이 신문은 대전당시의 전쟁사료와 참전용사 및 주민의 광범위한 증언을 토대로 집요한 추적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무명용사가 미군이라는 심증이 굳어지자 미대륙으로 취재반경을 넓혀 수많은 실종군인(MIA)의 가족들을 상대로 탐문을 벌였다. 추적작업 4개월만에 미 공군 사료보관소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결정적인 사료를 찾아냈다. 대전당시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툴루즈의 군기지에 대한 공습작전에 나선 미군 조종사중 1명이 실종돼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채 사망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추적작업 초기부터 적극적인 공조에 나서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둔 프랑스당국은 툴루즈시에 용사의 기념비를 건립하고 도로에 이 전몰용사의 이름까지 붙이기로 했다.
프랑스 관계당국은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고, 수십년전 땅에 묻힌 미군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에 이처럼 열성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역사 바로세우기」한다고 거창하게 떠들면서 정작 「훈할머니」와 같은 가슴 저미는 역사 찾기에 우리 정부당국이 취했던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파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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