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량엔 검찰변호인 “이례적 공감대”/벌금 등 납입땐 대통령일가재산 “-33억”김현철씨 비리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대법정은 50∼60명의 취재진이 몰려 역사적 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지만 2백석의 방청석은 절반도 들어차지 않아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현철씨의 변호인인 여상규 변호사는 무려 2시간30여분에 걸친 「마라톤」최후변론을 펼치며 무죄를 입증키위해 사력을 다했다.
한달여간의 준비끝에 마련된 변론요지서는 3백20여장으로, 낭독된 요약문만도 1백여장에 달해 12·12 및 5·18사건 재판을 방불케했다.
여변호사는 『피고인이 억울한 점이 너무 많고 검찰의 수사가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최후변론을 길게 할 수 밖에 없다』며 재판부의 양해를 구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장시간의 최후변론이 끝나자 박수를 치다 재판부의 제지로 퇴정당하기도 했다.
○…여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검찰의 여론·표적수사를 질타한뒤 『대가성있는 돈에 대해서는 법정최고형량이 5년인 알선수재죄를, 대가성이 밝혀지지 않은 돈에 대해서는 법정형량이 훨씬 높은 조세포탈죄를 적용한 검찰의 논리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법적용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철씨 구형량인 징역 7년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예상과 달리 공통된 입장을 표명.
이훈규 중수1과장은 공판직후 『감정적으로 높은 형량을 구형해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법정최저형량보다 조금 높게 구형했다』며 『결코 낮은 형량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의 법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여변호사도 『법정 최저형이 징역 5년인데 7년이면 그다지 중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공직자재산등록 당시 신고된 재산대로라면 현철씨가 추징금과 벌금을 모두 납입할 경우 김영삼 대통령 일가는 「알거지」신세가 된다. 이날 현철씨에게 구형된 추징금과 벌금은 각각 31억7천여만원과 15억원. 여기에 국세청에서 별도로 추징하게 될 세액 14억여원을 포함하면 현철씨가 납부해야 할 금액은 60억여원에 달한다.
그러나 김대통령 일가가 등록한 총재산은 27억3천여만원에 불과, 전 재산을 털어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이중 현철씨 재산은 서울 반포동 56평 아파트와 구기동 자택의 전세금, 95년 출간한 저서 「하고싶은 이야기 듣고싶은 이야기」의 인세수입 등을 모두 합쳐 3억8천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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