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광고와 헷갈릴때 여럿중 전략적 회수/모델 구설수도 한 원인히트하지 못하는 제품은 모양새가 아무리 번듯해도 슬그머니 시장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드라마도 방영 일정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막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광고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초점이 잘못 맞춰진 광고, 다른 기업이나 제품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광고는 예정된 스케줄 전에 소비자들 앞에서 사라진다. 소비자 반응에 대한 세세한 검토없이 집행되었다가 뜻하지 않은 혹평을 받고 서둘러 광고를 내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복수로 광고를 내보냈다가 한 광고만 살리고 나머지는 거두어 들이는 전략적인 광고 회수도 기업이 때때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출연 광고 모델이 예기치 않은 사건을 일으켜 광고를 보류하거나 폐기하는 등 외부 조건에 밀려 「명」이 짧아지는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달 초 선보인 삼성그룹의 기업 이미지광고 「얼룩말」편 인쇄 광고는 나온 지 한 달도 안되어 사라졌다. 「믿음은 살아있습니다」를 머리 카피로 내세운 이 광고는 얼룩말 두 마리가 고개를 맞대고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광고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따온 사진을 편집해 만들어 색다른 기업 이미지광고라는 평가도 얻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얼룩말을 기업 상징으로 삼아온 뉴코아 백화점 광고와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 광고는 금세 「빙벽」편으로 바뀌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자연에서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을 소재로 「믿을 수 있는 친구」라는 주제를 전하려 했다』면서 『뉴코아 백화점 광고와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신뢰감을 주는 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친구」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기아문제 등 삼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잇따른 사태 때문에 광고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몇가지 광고를 동시에 내보낸 다음 소비자 조사를 통해 광고를 택일하고 다른 광고는 바로 없애는 「광고 회수」전략도 단명광고를 만들어 낸다. 올해초 나온 대우냉장고 신제품 신선은행은 처음 광고를 내보내면서 대우전자 제품의 대표 이미지인 「탱크주의」와 제품 브랜드인 「신선은행」, 냉장고의 「에어커튼」기능 등 강조점을 달리한 세가지 광고를 동시에 내보냈다. 아예 내용이 달랐던 것은 아니지만 편집 기법으로 서로 다른 광고가 만들어졌다. 대우전자는 광고를 내보낸 뒤 소비자 조사를 통해 에어커튼 기능을 돋보이게 하는 쪽에 광고를 집중하기로 하고 나머지 광고는 폐기 처분했다.
광고 모델이 사고를 일으키는 외부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중단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최근 임권택 감독의 영화 「창」에서 주연을 맡아 연예계에 다시 얼굴을 내민 배우 신은경은 지난해 말 음주운전 사고로 구설수에 오르는 바람에 그가 출연했던 의류업체 대현의 씨씨클럽 광고 등 몇 편의 광고가 중단됐다.
영화배우 박중훈도 95년 대마초 사건으로 그를 등장시켜 막 광고를 시작했던 뉴욕제과 태창 등이 며칠 만에 광고를 내려야 했다. 이 회사들은 모델이 가치를 상실했을 뿐 아니라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