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부의 만화산업 진흥방안은 매우 고무적이다. 출판만화(책)와 만화영화(애니메이션)를 육성하기 위해 2000년까지 모두 1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원의 큰 줄기는 만화영화 창작산실로 만화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현재 6.4%인 TV방송의 우리 만화영화 방영비율을 98년에는 30%, 99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며 만화학원과 만화고교 설립을 장려한다는 것 등이다.국제시장에서 우리 만화가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한 이 방안은 산업적 측면 외에도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임으로써 만화에 정당한 위상을 부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풍부한 상상력이 숨쉬고 있는 만화는 이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단순한 보고 읽을거리라는 차원을 떠나 중요한 문화산업이며 정치·경제·역사 해설서, 혹은 유용한 홍보수단으로써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은 뒤늦게나마 환영할 만하다.
주지하다시피 미국 일본 등은 만화의 산업적 고부가가치에 일찍이 눈떠 투자한 결과 현재의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미국이 제작한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은 전세계 극장가를 휘어잡으며 돈을 쓸어 갔다. 「라이온 킹」의 경우 제작비는 약 4,000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의 극장수입만도 7억달러가 넘으며 등장인물(캐릭터)모형과 컴퓨터 게임 판매에 이르기까지 총수입은 무려 2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극장용 보다는 TV용 만화영화에 역점을 두어 왔다. 우리 지상파TV만 해도 방영되는 만화영화의 90% 이상이 일본만화이다. 우리 만화업계는 100여개의 제작업체가 있으며 작화를 할 수 있는 인력은 1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된 세계만화제작 물량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손재주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데, 문제는 이들이 독창적인 캐릭터를 개발하지 못함으로써 늘 하청작업만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캐릭터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만화산업은 한 나라의 문화와 산업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찾기와 문화의 해외보급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만화책의 경우 지난해 간행물윤리위의 제재조치를 받은 외국만화 558권 중 489권이 폭력과 음란성으로 얼룩진 일본만화였다. 이번 진흥안은 우리 문화와 정서에 바탕을 둔 건강한 만화를 육성시켜 일본만화의 식민지처럼 돼 있는 시장구조의 개선과 불량만화 추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우리의 만화제작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TV 만화영화 방영비율을 탄력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좋으나 의욕이 지나칠 때 졸속한 결과를 빚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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