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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겪는 입헌주의/손태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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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겪는 입헌주의/손태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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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불 붙기 시작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한국사회에서 입헌주의에 의한 정치제도화가 요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 자민련 모두 내각제에 대해 여지를 두는 속셈이 과거 물리력으로 정치변동을 가져왔던 쿠테타 세력의 논리나 행태와 별로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현재 우리 국민 가운데 「왜 대통령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고 국민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사 한국의 정치문화와 정치풍토에서 대통령제가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을 포함한 전체 국민의 인식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정된 헌법은 준수를 해야 정상적 입헌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내각제 개헌 논의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검증없이, 무엇보다 「정파의 편의」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입헌주의 파괴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 대통령 또는 대통령직에 대한 연구가 대단히 미미하다는 것은 한국 정치학계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학문적 논란도 본격화하지 못한 시점에서 정치권의 일방적 감각만으로 통치구조 개헌을 하겠다는 발상은 무리이다.

더욱이 정치권의 그 발상은, 누구나 다 알듯이 권력을 잡기 위한 방편에서 비롯됐다. 독자적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자신이 없는 후보나, 정치권에 더 오래 연명하려는 정치인들이 세력 연대 수단으로 내각제 개헌을 내세우고 있다. 어떤 목적으로도 쉽게 정당화할 수 없는 헌법개정이 정파의 집권수단이나 정치인의 연명수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는 것이다.

50여년 짧은 우리나라 입헌주의 역사는 권력의 편의를 위한 통치구조 개편으로 점철돼 있다. 날치기 헌법개정으로 3선에 나섰던 박정희 대통령은 『다시는 표를 찍어 달라고 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으나 장기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었다.

개인의 집권 수단으로 권력구조 개헌을 논의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이상 온당한 민주주의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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