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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컴퓨터/그들의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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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컴퓨터/그들의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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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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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과 눈빛으로 컴퓨터가 작동하고 옷처럼 입고 다닐 수 있으며 가전기기작동에서 채광까지 집안의 모든 것을 제어한다/이름하여 ‘휴먼컴퓨터’의 시대/SF영화의 꿈같은 미래는 미·일·영 등 시제품 개발로 이미 현실속에 구현되고 있다서기 2001년 어느날. 인류 탄생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해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 디스커버호가 과학자들의 탐사활동을 돕기 위한 지능형 컴퓨터를 싣고 목성을 향해 날고 있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대화도 하는 이 지능형 컴퓨터는 과학자들의 음성 명령을 알아듣고 재빠르게 돌발 상황에 대처한다. 또 승무원과 체스게임을 하지만 승률은 절반을 넘지 못한다. 68년 개봉됐던 공상과학영화(SF)의 고전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한 지능형 컴퓨터 「핼9000」의 모습이다. 60년대말 과학자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 낸 인류 최초의 지능형 컴퓨터인 핼9000이 영화에서 처음 선보이자 당시 학계에서는 미래형 컴퓨터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29년이 지난 지금 핼9000은 더이상 영화에서나 존재하는 가상의 컴퓨터가 아니다. 사람의 음성과 몸짓, 생각, 뇌파 등도 인식하는 「휴먼 컴퓨터」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원광연 교수는 『휴먼 컴퓨터는 인간과 컴퓨터의 자연스런 교감을 막아 왔던 기존의 입출력 장치 대신 인간의 오감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며 『휴먼 컴퓨터는 21세기 인간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휴먼컴퓨터 개발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카네기멜런대, 스탠퍼드대, 일본 후지쯔(부사통), 미국 IBM,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 등 학계·산업계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 방향은 크게 ▲입고 다니도록 고안된 「의복형(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뇌파·생각 등으로 작동하는 「가상현실(VR) 컴퓨터」 ▲인간의 주변환경 자체를 지능화하는 「인텔리전트룸」 등 3분야.

의복형 컴퓨터는 벨트 귀걸이 반지 안경 등에 컴퓨터 기능을 부여, 이동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안경은 영상출력장치로, 반지는 마우스로, 귀걸이는 음향출력장치로, 신발은 기억·전원발생장치로 이용한다는 발상이다. 각 장치간의 정보 처리는 인체에 흐르는 미세전류를 이용한다.

92년부터 의복형 컴퓨터 개발에 착수한 MIT 미디어랩은 지난해 컴퓨터 기능을 갖춘 벨트와 3차원 입체안경으로 구성된 「스마트 의복」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스마트 의복을 입고 생소한 사람을 만나면 입체안경에 장착된 카메라가 인상착의를 분석, 벨트 컴퓨터에 수록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인적사항을 찾아 알려준다.

또 IBM의 알마덴 연구소는 올해초 의복형 컴퓨터를 착용한 사람간의 정보교환을 위한 「개인영역 네트워크」(PAN·Personal Area Network) 시스템을 개발했다. 피부에 흐르는 미세전류를 인식토록 설계된 신용카드 크기의 초소형 컴퓨터인 PAN은 악수하거나 손끝을 마주대면 상대방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자동으로 수집한다. 사용자는 수집된 정보를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컴퓨터에 저장한 후 집에 돌아와 PC에 옮겨 보관할 수 있다.

IBM은 현재 개발된 PAN의 정보 처리능력을 초당 2,400비트(초당 한글150자 전송)에서 향후 40만비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복형 컴퓨터가 작동하려면 지속적인 전원공급이 필요하다는 점. 후지쯔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체의 미세전류를 동력원으로 하는 「로파워 테크」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후지쯔연구소의 사토시게루(좌등번) 소장은 『로파워 테크는 저전력 반도체를 이용, 배터리 도움없이 인체의 미세전류만으로 컴퓨터를 움직이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이 기술은 의복형 컴퓨터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빛이나 뇌파, 생각 등으로 작동하는 가상현실 컴퓨터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바이오컨트롤 시스템스사는 최근 피부 등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근육이나 안구, 두뇌에서 발산하는 생체신호를 감지, 작동하는 「바이오 컴퓨터」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컴퓨터는 피부의 미세전류를 감지하는 「스킨 밴드」, 뇌파를 포착하는 「브레인 밴드」 등을 이용, 사람의 생체신호를 인식한다.

또 일본 NTT 휴먼인터페이스연구소는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 속에서 「아」 또는 「우」라고 생각만 하면 미세하게 변하는 뇌파를 분석, 인식하는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간 같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집착하지 않고 TV 오디오 등 사람 주변의 모든 사물을 지능화해 몸짓이나 음성 등으로 쉽게 조작토록 하는 「인텔리전트룸」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인텔리전트룸은 사람들이 가전기기 작동은 물론 채광과 습도까지도 손짓이나 몸짓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특수공간. 이 공간에는 컴퓨터 기능을 갖춘 각각의 물체들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돼 있어 사람들의 위치나 음성 등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IBM은 최근 전화, 오디오 등을 일일이 조작할 필요없이 벽면의 대형 화면에 나타난 각종 기기를 전자 지시봉이나 손가락으로 지적하면 작동하는 인텔리전트룸을 선보였다. TV의 전원스위치를 선택하면 TV가 켜지고 책을 지적하면 인터넷의 온라인 도서관에 자동접속, 원하는 정보를 찾아 대형 화면에 표시해 준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인텔리전트룸은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구현되고 있지만 향후 일상 환경에 설치, 운영되면 인간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휴먼인터페이스랩 김상용 팀장은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은 2010∼2020년 상용화를 목적으로 휴먼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국내서도 2010년께 음성인식, 가상현실(VR) 등 2∼3개 요소기술이 사용된 휴먼컴퓨터가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홍덕기 기자 hongdk@korealink.co.kr>

◎판단력 갖춘 컴퓨터 21세기 초 첫선/일 후지쯔연 프로젝트 추진

일본 후지쯔(부사통)사 신기술연구소의 휴먼컴퓨터 개발수준은 세계적이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로 만든 사이버 애완동물 「핀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인체의 미세전류를 컴퓨터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로파워 테크」 프로젝트 등을 추진중이다.

날아 다니는 돌고래 형상을 한 핀핀은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뿐아니라 주인과 다른 사람의 음성까지 구분한다. 또 사람의 감정을 파악, 주인이 다정하게 부르면 나타나 재롱을 부리고 화를 내면 숨어버린다.

연구소는 또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건강상태나 감정, 스트레스지수 등을 판단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보이스클리닉」을 최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PC에 연결된 마이크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음성의 파장 등을 분석해서 성격, 건강, 운세 등을 알려준다. 애인의 목소리를 함께 입력하면 궁합도 봐준다.

연구소는 이밖에 사람의 지문을 판별해 출입문과 금고 등을 여닫도록 하는 지문인식시스템, 인체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로 작동하는 손목시계형 컴퓨터도 연구중이다.

다카하시 오사무(고교수) 기획조사실장은 『휴먼컴퓨터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과 신경망 등 요소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21세기초 음성인식 기능은 물론 제한된 형태지만 판단력까지 갖춘 휴먼 컴퓨터를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연진 기자 wolfpack@nuri.net>

◎국내 연구 어디까지 왔나/뇌파인식 등 초보단계/휴먼컴퓨터 등장은 2010년께 가능할듯

국내 휴먼컴퓨터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삼성종합기술원 등 학계·산업계 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는 96년부터 4년 과제로 「인텔리전트룸」 개발에 착수했다. 인텔리전트룸의 핵심 기술인 제스처인식, 대형스크린 표시기술, 사람위치 추적, 물체간 통신 등 4개 분야를 중점 연구하고 있다.

센터는 앞으로 손가락으로 책을 가리키면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 벽면의 대형 화면에 보여주거나 체온 등을 감지해 실내 공간을 자동 조절하는 인텔리전트룸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간공학연구실은 휴먼컴퓨터가 뇌파, 안구운동 등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KIST는 냄새와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 컴퓨터 작동에 응용하는 기반 연구를 하고 있다.

기업의 경우 삼성종합기술원 휴먼인터페이스랩은 휴먼컴퓨터가 21세기 컴퓨터 분야를 주도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주로 생체신호 및 음성, 표정 등을 인식하는 가상현실 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음성 및 문자인식 컴퓨터를 개발한바 있는 삼성종합기술원은 2010께 가상현실(VR) 등 2∼3개 요소 기술을 결합한 휴먼 컴퓨터를 선보일 계획이다.<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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