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난 타개·대미 직접대화 전략 불변/우리측도 “식량주고 회담 살 수 없다” 강경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결렬로 막을 내린 제2차 4자예비회담은 북한의 대남정책이 전혀 변화하지 않았고 내부사정 또한 지극히 복잡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북한은 이번 회담과정을 통해 기본적으로 4자회담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는 의중을 노출시켰다. 우리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북·미간 평화협정체결」 「주한미군철수」 등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태도가 우선 그렇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추진한다는 일관된 방침이 재확인된 셈이다.
다만 북한은 그들의 최대현안인 식량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4자회담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회담기간중 잇따라 열린 우리측 및 미국과의 3자 막후접촉을 통해 북한은 회담타결전 대규모 식량지원 약속을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측은 『식량을 주고 회담을 살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거부했지만 만약 이를 받아들였다면 협상은 타결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있다.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배경에는 장승길 전 이집트대사 망명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선 심대한 충격을 받은 북한이 아직 심정적으로 회담에 응할 자세를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그동안 식량지원확보 등으로 입지를 넓혀가던 외교부의 발언권이 장대사 사건으로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대선을 앞둔 우리측의 상황이 북한의 정세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은 그동안 현정권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해왔다.
2차예비회담이 3차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은 배경에는 우리측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19일 의제에 대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북한의 체면을 감안한 제안이다. 이 절충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구태여 3차회담을 열 필요가 없다는 우리측의 자세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압박카드라고 할 수 있다.
3차회담에 대한 우리측의 강한 입장은 그동안 국내일각에서 제기돼온 4자회담 무용론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자회담이 점차 북한과 미국의 양자협상테이블로 변질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날 2차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4자회담이 완전히 무산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참가국대표들이 『아직 4자회담은 살아있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 북한으로선 여전히 식량 및 경제지원의 고리가 될 4자회담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부적 필요를 안고있다.<뉴욕=정광철 특파원>뉴욕=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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