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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과 북의 식량속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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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과 북의 식량속셈(사설)

입력
1997.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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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늘 주장하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 노력이 진심이라면 남북한과 미국·중국의 4자회담은 진작에 성사됐어야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저들의 진짜 관심은 4자회담이 아니라 식량의 지원이어서 실망을 안겨주었다. 뉴욕에서 열린 4개국의 예비회담에서 북한이 한미 양국에 대해 본회담에 앞서 먼저 정부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조건으로 제기, 의제설정 등 본회담 준비협상이 결렬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예비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본회담의제를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과 긴장 완화를 위한 제반문제라는 포괄적인 단일의제로 할 것을 수정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군철수 및 미국과의 평화협정 추진으로 하는 한편 식량지원을 본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또 한번의 억지다.

이번 예비회담기간중 북한은 식량지원 요구에 체면도 잊은 채 매달렸다. 그만큼 식량난이 절박함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요구의 논리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즉 북한이 미국과는 적대관계에, 남한과는 불신 상태에 있기 때문에 분위기 개선을 위해 식량을 줘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이다. 적대와 불신 등은 자신들이 정전협정을 파기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잠수함침투 등 도발로 빚어진 것임에도 「분위기 조성」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어디까지나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 과제를 다루는 4자회담과는 일체 무관한 것으로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선지원 후회담참가」라는 조건을 단호히 일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도대체 4자회담의 취지가 무엇인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 아닌가. 6·25전쟁 관련국들인 4개국이 모이고 여기서 당사자인 남북한이 주축이 되어 도발과 적대행위 중지 등 긴장완화 노력과 함께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 평화체제를 모색, 구축하는 것이 주임무인 것이다. 북한이 본회담에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이 작업에 동참하고 평화의지를 실현할 때 한미 양국은 북한의 경제난·식량난해소에 나서게 될 것은 자명하다.

되풀이 강조하지만 정부는 4자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만병통치의 명약이고 북한이 회담에 참가하면 멀지않아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을 버려야 한다. 북한을 회담 테이블에 나오게 하려고 통사정하는 식의 자세는 당장 바꿔야 한다. 한미간의 확고한 유대로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4자회담과 식량지원의 연계는 있을 수 없으며 새평화체제는 남북한간에 의해서만 이룩해야 하며 그때까지 현정전협정체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호응할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과 경제협력은 무방하다.

이제 정부는 4자회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회담참여에 따른 이점이 설명된만큼 결단은 북한이 내려야 한다. 평화를 위한 회담 테이블에 나와 성의를 다할 때 식량지원 등은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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