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건 것 같다.20일 밝혀진 신한국당의 정강·정책개정안은 한마디로 『YS와 나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이대표의 공개선언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대표와 측근인사들이 이처럼 「YS와의 차별화」전략을 취하려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대표 지지도 회복의 빠른 길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반YS정서가 여당의 낮은 지지도의 주요원인중 하나 일 수 있다』면서 『이대표가 이를 지지도회복의 지렛대로 거꾸로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표측의 차별화시도중 대표적인 예는 정강·정책 전문에서 「역사바로 세우기」부분을 삭제한 점이다. 또 금융·부동산실명제의 지속적인 보완방침을 명백히 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두 사안은 문민정부의 「양대 치적」으로 내세우며 중시하는 것들이다.
이와관련, 최근 이대표 주변에서는 서서히 김대통령의 정치적, 정책적 「과오」에 대한 지적과 질책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가장 가까운 예가 지난 19일 국산차세대전투기사업(KFP)의 전면재검토를 주장한 신한국당의 논평이었다. 이대표의 측근들은 『청와대측과 문제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대담성」을 보여 시선을 모았다.
정기국회에 제출돼있는 실명제대체입법 등 금융개혁안에 대한 신한국당의 소극적인 자세도 예사롭지 않다. 김대통령의 「임기내 금융개혁 마무리」의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태도이다. 법안 처리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여당의 지지도하락에 대한 「YS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다. 『지금 여당이 고전하는 것이 물론 이대표 개인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김영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크고 불신이 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한 대구·경북출신 의원은 『전통적인 여당표밭이었던 TK지역의 민심이 여당으로부터 떠난 것은 전적으로 김대통령의 잘못』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부에서는 『이대표가 대구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YS와의 차별화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대표측의 이런 방향설정은 여러 면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청와대측의 「양해」여부가 관심이다.
김대통령과 이대표는 내주 「최후의 당대표 주례보고」에서 이 문제를 집중조율할 것으로 예상되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대통령이 이를 순순히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대표는 좋든 싫든 청와대와 「일전」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범여권의 결속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있다.
김대통령의 「적자」인 당내 민주계들의 동향도 주목된다. 「울고싶은 아이 뺨때려 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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