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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9명 “더이상 장애는 없다”/세계 최초 히말라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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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9명 “더이상 장애는 없다”/세계 최초 히말라야 도전

입력
1997.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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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 내달 등정길 나서/손에 손잡고 훈련 “구슬땀”우리나라 시각장애인 9명이 세계 최초로 「지구의 지붕」 히말라야에 도전한다.

한국의 히말라야 도전 1백28번째로 기록될 「시각장애인 동계 히말라야 원정대」(단장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는 산악대원 12명의 도움을 받아 다음달 22일부터 약 한달간의 일정으로 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역의 아일랜드피크(해발 6,160m) 등정에 나선다.

대원들은 「장애인도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1백만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겠다는 일념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 훈련 캠프를 마련, 북한산 도봉산 등을 누비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모인 이들은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하루종일 계속되는 체력단련이 힘겹지만 그때마다 자신들의 목표를 생각하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20일 하오 1시 경기 남양주군 불암산 자락. 전맹 5명과 약시 4명으로 구성된 대원들은 산악대원의 어깨와 자일을 붙잡고 한발짝씩 내디뎌 4시간여만에 정상에 올랐다. 땀으로 얼룩진 대원들의 얼굴은 한달여의 훈련으로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지난해 포항공대 화학과 대학원에 재학중 시신경이 파괴되는 베체트씨병에 걸려 시력을 잃은 오현묵(25)씨는 이번 등정을 재활의 기회로 삼고 있다. 오씨는 『한때 절망에 빠져 여러차례 자살할 생각도 했지만 히말라야 등정에 꼭 성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3년전 망막변성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김동암(41)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굳건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등정에 성공해 모든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의 고통을 실감하기 위해 안대를 하고 산에 올라보기도 했다는 원정대장 이태균(38)씨는 『이번 등정이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불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26일 발대식을 가진뒤 29일부터 일주일간 설악산 암벽등반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예정이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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