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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의 날」 맞아 씨름… 제기차기…/그들은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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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의 날」 맞아 씨름… 제기차기…/그들은 「한국인」이었다

입력
1997.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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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의 열차」 타슈켄트 도착 8천㎞ 대장정 마감/한국일보 후원/황량한 들판 부초같은 인생 대변/“가져온 숟가락·옷 소중히 보관”/역주변에 숨져간 한인사진 전시【타슈켄트=김동국 기자】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역을 떠나 장장 8천여㎞를 숨가쁘게 달려온 「회상의 열차」는 마침내 19일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함으로써 꼬박 아흐레동안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이틀전 노보시비르스크역을 떠나 남하하면서 차창 밖에 펼쳐지는 중앙아시아의 풍경은 지금껏 거쳐온 곳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자작나무숲의 흰빛과 불 붙듯 단풍이 든 시베리아의 타이가삼림은 돌연 사라지고 뜨거운 태양아래 메마른 풀만이 깔린 황량한 들판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인들이 처음 닿은 곳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우슈토베. 우슈토베 출신 김 도라(68) 할머니는 『처음 도착했을 때 이곳은 황무지와 갈대숲뿐이었다』며 『한인들은 땅굴을 파고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황무지에 거름을 실어나르고 갈대숲을 개간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수도 없이 죽었다』고 회상했다.

18일 하오 도착한 알마티역에는 한복과 이곳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고려인 1백여명이 나와 열차를 맞았다. 플랫폼 한편에는 60년전 강제이주 과정에서 실종되거나 이곳에서 숨져간 한인들이 담긴 빛바랜 낡은 사진들이 가득 전시돼 있었다. 최 리타(65·여)씨는 『고려인들은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19세기초 선조들이 고국을 떠날 때 갖고 온 숟가락, 그릇, 옷 등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만여명의 한인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는 강제이주 한인들이 기적처럼 일궈낸 집단농장이 여럿 남아있다. 과거 소련이 세계에 자랑했던 폴리토젤콜호스 김병화콜호스는 모두 한인들의 땀과 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도착 이튿날인 20일은 마침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날」. 이날 타슈켄트에서는 강제이주 한인들의 비극을 재현하고 모든 민족과의 화합과 공존번영을 다짐하는 「동포이주 60주년 기념 대축제」가 하루종일 계속됐다.

국립공원에서 열린 「한민족 민속경기재현 대회」에서 고려인들은 씨름과 제기차기, 널뛰기 등 놀이를 하면서 사라져가는 고국의 전통을 되살렸으며 인민우호궁전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2, 3세대 청년들이 전통무용을 선보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강제이주 1세대는 울었고 젊은이들은 그런 할머니, 할어버지들의 어깨를 쓸어안고 달랬다. 60년 통한의 역사가 정리되고 또다시 새로운 고려인의 역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김 대통령 축하전문/우즈벡 대통령도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밤 한인이주 60주년 기념만찬에서 최영하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대독한 축하전문을 통해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열게 해준 우즈베키스탄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 대통령도 『고려인 이주 60주년을 맞아 한·우즈베키스탄의 우의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축하전문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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