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다. 소를 잃기 전에 고치는 농부는 현명하지만, 잃고 나서 우직하게 수리하는 사람은 성실하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범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용의자체포와 현장검증이 끝나서도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의 애처로운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의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 범죄예방책을 찾을 때이다. 유괴사건은 반드시 해결해야 재발을 막게 된다지만, 경찰력만 믿고 있을 형편이 못된다. 일본에서는 근래 「어린이 110번의 집」이라는 긴급피난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국에서 7만5천개에 이른다고 한다. 흉악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어린이가 위험을 느낄 때 급히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피난처가 속속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110의 집」은 해바라기 그림에 전화번호 110번이 큼직하게 인쇄된 표지판을 달고 있다. ◆「110의 집」은 94년 기후(기부)현에서 초등학교 2년생이 살해된 사건을 교훈삼아 그 곳 경찰서와 방범협회가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 기업 등에 건의, 그 기관들이 운영비를 조달하기로 호응하면서 탄생됐다. 「110의 집」은 통학로와 공원부근의 상점 민가 편의점 미용실 주유소 등에 지정돼 있다. ◆지정기준은 「언제나 어른이 있고, 밤에도 문에는 불이 켜져 있을 것」 등 비교적 간단하다. 어린 죽음을 헛되이 하고 안하고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는 정신에 달려 있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는 어린이를 범죄에서 보호하는 학부모들 모임이라도 조직되어 대책을 찾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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