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조 중단”… 영·교황청도 반발러시아가 다시 종교분쟁에 휘말렸다. 7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일단 제동이 걸렸던 종교법안이 19일 다시 국가두마(하원)에서 압도적 표차로 통과돼 법률시행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내용은 러시아 정교를 「지배종교」로 하고, 회교 불교 유대교 기독교를 전통신앙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외래종교가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러시아 정교의 우월적 정통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최소 15년이상 러시아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가가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구 소련이 해체된 91년까지 「종교는 마약」이라는 공산주의 이념때문에 러시아내에서 다른 종교가 사실상 존재할 수 없었고, 따라서 15년이란 조건은 러시아정교 외 어느 종교도 충족할 수 없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우월성을 인정하라는 부분 역시 「모든 종교는 평등하다」고 규정한 93년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영국 케스톤 종교연구소의 로렌스 우젤 모스크바 대표부 단장은 『러시아 당국이 사이비 종교의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러시아 정교의 경쟁상대를 고사시키겠다는 술수일 뿐』이라며 『만약 법안통과를 강행한다면 이미 러시아내 광범위하게 확산된 신도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종교법안이 통과될 경우 2억달러에 이르는 대 러시아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경고장」을 이미 보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가톨릭 교단의 정상적인 종교활동을 침해하지 말아달라』는 친서를 전달한 상태여서 종교분쟁의 불씨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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