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독식·정책편중 중기 자생력 상실/다품종·현지마케팅 공격적 기업 키워야1인당 국민소득(GNP) 1만달러를 자랑하며 선진국 진입운운 하는 이 나라의 유수한 은행이 외화차입이 힘들어 국가의 지급보증이라는 창피한 후진국 금융형태로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수출시장중 가장 큰 미국에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의 3마리 용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에도 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얘기하는 고임금 고금리 같은 고비용등 여러가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그 대답이 될 수 있겠지만 수출에 관한한 중소기업의 취약한 현지 마케팅 능력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야 한다. 즉 대기업 위주의 편중된 수출정책이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금융자산의 대기업 독식구도,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수직계열상의 종속화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의 창의성 독립성 국제경쟁력 확보란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 오늘날 대미시장의 성공적 수출국인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은 중소기업이 탄탄한 기술력, 자본력, 국제마케팅 능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오로지 현지 판매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의 자동차 업체인 GM이나 포드가 경쟁상대인 도요타나 닛산에 납품하는 일본 중소기업들에 문을 열고 부품을 사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기업들이 6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동안 끈질기게 미국 메이커들에게 접근하여 현지에서 개발되는 부품들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카운터샘플을 만들어 현지가격을 맞추는 등 필사적 노력을 한 끝에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은 96년 자동차 500억달러, 자동차부품 정밀기계부속 전자제품 등 700억달러, 도합 1,200억달러란 막대한 물량을 미국시장에 팔아 치웠다. 이 금액은 일본의 한해 수출총액 4,400억달러의 30%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도요타나 닛산이 쓰러져도 망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자생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열악한 금융지원에 목이 매여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환경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재래소비시장에서 같이 경쟁하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어떤가. 이들도 중국의 가격덤핑 위협에 직면하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일본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전 생산분야,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면 이들은 일본과 중복되지 않는 재래소비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제품모방과 현지 판매방법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인구와 토지가 협소한 이들은 전세계가 자기나라 앞 마당이라는 개념으로 자국을 수출기지, 상대국을 자기들의 창고 내지는 생산품 분배 기지로 생각하고 1년내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을 구사한다. 바이어가 공장으로 날아오면 수출가격으로 팔고, 이들의 주문에 관계없이 자체생산품을 현지 분배창고에 쌓아놓고 20∼30%의 현지 도매마진까지 챙기면서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작년도 대미수출총액은 1,000억달러에 육박할 만큼 막강하다. 주 아이템은 섬유 장난감 생활용품 전자 신발 등 우리가 충분히 수출경쟁을 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96년말 대미수출액 204억달러를 기록한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기계 화학제품 섬유 잡제품 등 여러 품목중에서 절대적 수출우위를 차지한 반도체 하나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있는 효자아이템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드라이브가 그 한계를 드러낸 이 시점, 정부는 60년대부터 시작된 종합상사 위주의 일본식 경제구조에 과감히 탈피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과 다양한 품종의 중소기업, 위험을 무릅쓰고 초특급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창의적 벤처집단을 축으로 21세기 한국형 경제모델을 새로 설정하고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SBA벤처뱅킹 같은 국가의 열린 금융지원이 이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21세기는 무역전쟁의 시대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팔고 기술을 팔아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길 밖에 없다.<한국수출아카데미 대표>한국수출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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