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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회계감사 “손해배상”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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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회계감사 “손해배상” 첫 판결

입력
199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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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투자자 주식매입에 결정적 영향”/분식결산 등 피해 소액주주들 소송 잇따를듯기업에 대한 회계법인의 잘못된 회계감사를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면 회계법인은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와 투자자들이 그릇된 회계감사에 따른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이번 판결로 부실회계감사로 피해를 본 주식투자자들의 소송이 잇따르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19일 오모(서울 은평구 응암1동)씨가 94년 1월 부도난 (주)한국강관의 회계감사를 했던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는 기업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주가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일반투자자는 이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공표돼 주가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될 것으로 믿고 투자를 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오씨가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투자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분식결산 및 부실감사로 인해 상실하게 된 주가상당액으로 볼 수 있다』면서 『외부감사법이 정한 손해배상청구시한(부실회계감사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났더라도 회계법인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고 오씨는 93년 10월과 11월 한국강관 주식 1,000주씩 모두 2,000주를 주당 1만5,900원과 1만3,000원에 매입했으나 이 회사가 94년 1월 부도를 내고 주가가 급락하자 보유주식을 주당 4,550원에 처분한 뒤 부실회계감사로 손해를 봤다며 손해액 2,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판결 영향

이번 판결은 회계법인들에게는 경종을 울리고 주식투자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계법인들은 그동안 회사측과 짜고 분식결산을 해주거나 회계감사를 겉핥기식으로 처리해 종종 물의를 빚은 것이 사실이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외에도 92년 (주)흥양을 회계감사한 경원회계사무소가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과 항소심에서 패하는 등 법정으로 비화된 부실감사 분쟁만도 7건에 이른다.

이들 사건은 하급법원에서 종결되거나 당사자간의 합의로 유야무야돼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나, 이번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나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회계법인들이 감사행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식투자자들로서는 잘못된 회계감사에 따른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해당기업의 「수치상의 영업실적」을 좇아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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