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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진전/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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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진전/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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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한 전시관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사진전이 열렸다.「알려지지 않은 옐친」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직함뒤에 숨겨져 있던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옐친」의 인간적이고 진솔한 모습을 모은 전시회였다. 주최자는 오랫동안 옐친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로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전 대통령경호실장의 사단에 속해 있던 드미트리 돈스키. 그는 옐친 대통령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하도록 허락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좋은 사진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선보인 사진들은 옐친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되 「욕되지 않을 것들」을 골랐다고 한다. 그중에는 테니스 시합도중 돌아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 대통령, 차녀 타치아나 디아첸코가 장난스럽게 아버지(옐친)의 코를 누르고 있는 장면, 조용한 퍼스트 레이디인 나이나 여사가 해변에서 제트스키를 타는 장면도 들어가 있다.

이번 사진전은 강인하고 거친 옐친 대통령의 숨겨진 얼굴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금까지 옐친 대통령은 탱크위에 올라서서 쿠데타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는 투사로, 또는 마치 포효하듯 대중을 압도하는 강한 권력자의 모습으로 대다수 러시아인의 뇌리에 각인돼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옐친 대통령의 「공식적인」 모습이었다. 대통령이기에 앞서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이면서 친근한 이웃이기도 한 그의 인간적인 체취는 공인이라는 점때문에 항상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활동상을 보여준 사진전은 러시아 보통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인간적인 이면을 접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임기가 끝나가는 김영삼 대통령의 솔직한 청와대 생활이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모은 사진전이라도 열린다면 그가 보다 정겨운 이웃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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