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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새로운 희망/김호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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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새로운 희망/김호득전

입력
199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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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금호미술관·아트스페이스서울/먹의 시원한 붓질/흑과 백 강한 대비/동·서양의 색다른 기법·정신이 합일한국화가들은 그의 작품이 전통 한국화가 아니라고 비난한다. 서양화가들은 한국화인지, 서양화인지를 명확히 하라고 그를 닥달한다. 하지만 많은 작가와 평론가는 그를 한국화의 희망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화가 김호득(47·영남대 조형학부 교수). 「한국화단의 이단아」 「저항정신의 화가」라는 별명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새로움을 추구하되 옛것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끊임없이 화법을 연마하되 그의 그림 안에는 꿈틀거리다 분출하는 한국화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얼핏 추상화같다. 그러나 한 두숨 들이마시고 보면 그 안에 산수가 있고, 풍경이 있고, 사람이 있다.

24일부터 10월5일까지 금호미술관(02―720―5114)과 같은 날부터 10월11일까지 아트스페이스서울(02―738―8305)에서 동시에 마련되는 「김호득전」은 김호득의 한국화 30년 화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작품 60점이 나온다.

광목에 먹으로 그린 것이, 게다가 보기에도 시원한 붓질이 한국화는 분명한데 추상화 같은 느낌을 던져주기도 한다. 동서양 그림의 기법과 정신이 때로는 만나 서로를 희롱하고, 때로는 일합을 겨루기도 하는 것 같다. 그 미학을 설명하는 데는 「유현미」라는 어려운 말이 동원되기도 한다.

『동서양 그림의 중도를 즐기고 싶다』는 그의 그림에는 그래서 동서양 그림의 장점이 눈에 띈다. 먹의 맛을 극대화하고, 여백과 생략을 즐기는 문인화의 전통이 주는 건 한국화에서 따온 것이요, 흑과 백의 강한 대비(contrast)는 빛과 그림자 식으로 사물을 나누어 보는 서양의 미학에서 따온 것이다. 때로는 물기를 흠뻑 빨아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먹조차 거부하는 광목을 장지 대신 고집하는 것도 서양과 동양의 「수용과 거부」를 한번 다잡아 보겠다는 오기의 발산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개똥 철학」이라고 부르는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물, 산, 계곡 같은 자연으로 관심이 옮아왔으며, 어느 시점엔 우주와 기의 문제를 다루고 싶은 것이 그의 포부다. 하지만 그때에도 논쟁은 계속될 지 모른다. 전통과 양화의 공격이라는 두가지 짐이 언제나 그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중도요, 아직도 멀었습니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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