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가슴속에 고이는 병으로 흡연이 주원인·담증세 지속땐 기낭제거 필요대입수험생 K군은 최근 가슴이 답답하고 오른쪽 어깨가 결리는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 기흉이었다. 평소 건강하고 신체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던 그에게 갑자기 생긴 기흉은 어떤 병일까.
기흉은 흉막강(가슴속)에 공기가 고이는 병이다. 정상인은 흉막강 좌우 양쪽의 공간에 폐와 소량의 체액이 들어 있어 숨을 쉴 때마다 폐가 규칙적으로 부풀고 줄어든다.
그런데 폐에 작은 구멍이 나면 풍선이 터지듯 허파꽈리 속의 공기가 흉막강 안으로 새나가 고이게 되고 폐는 쪼그라든다. 바로 기흉이다. 폐는 공기가 새는 정도가 심할수록 눌리게 되므로 숨이 차거나 가슴이 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기흉은 보통 한쪽에 생기지만 10%정도는 양쪽에 나타나며, 이 경우 위험할 수 있다. 대개는 K군처럼 증상이 가볍다. 그러나 폐에 큰 구멍이 난 경우에는 한쪽 폐가 모두 오그라들며, 더 심해져 심장이나 주요 혈관을 압박하면 심폐기능이 갑자기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결핵 등으로 폐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기흉이 오면 호흡부전으로 15%가량의 사망률을 보인다.
건강한 젊은이에게 특별한 이유없이 생기는 기흉을 자연기흉이라고 한다. 자연기흉은 공기가 차서 잔뜩 팽창한 작은 풍선같은 기낭이 갑자기 터져서 생긴다.
특히 키가 크고 가슴의 앞뒤가 얇은 호리호리한 체격은 폐의 윗부분이 약해서 기낭이 잘 생긴다. 기흉환자의 대부분은 정상생활 중 발생하므로 특별한 충격이나 과로는 별 관계가 없다.
작은 파열은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공기가 많이 차면 증상이 심각해지고 생활에 불편을 주므로 치료해야 한다.
재발 가능성은 30∼50%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기흉이 생겼던 사람은 가슴이 약간 결린 증상만 있어도 본인 스스로 흉부외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특징적인 증상은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둔한 통증이 지속된다. 흔히 「담이 결린다」는 표현을 한다. 자연기흉은 20∼30대 연령층에서 많이 생긴다. 40대 이후 생기는 기흉은 폐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가 필요하다.
자연기흉 환자는 폐가 오그라진 정도, 환자의 생활환경 등을 고려, 회복이 빠르면서 재발을 막는 치료법을 선택한다. 보통 폐가 줄어든 정도가 20%미만이면 안정요법만으로도 치료되나, 20%이상 오그라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가슴속의 공기를 주사침으로 빼는 방법과, 작은 튜브를 넣어 공기를 빼고 줄어든 폐를 다시 팽창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공기만 빼는 치료는 오그라진 폐를 다시 펴주고 구멍이 막히기를 기다리는 것이므로, 기흉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는 아니다.
기흉은 튜브를 가슴속에 넣는 기본치료만 받는 경우 30∼50%의 재발률을 보인다. 한 번 재발한 경우 재발률이 80%이상으로 높아진다. 기본치료 후에도 재발이 높은 이유는 여러 개의 기낭이 있거나 한 번 터진 기낭이 다시 터졌기 때문. 단순히 공기만 빼내고 터진 구멍이 아물기를 기다리면 되지만 치료 후에도 기낭이 남아 있거나 다시 생겨 터지면 재발하는 것이다.
기흉의 근본치료는 언제든지 다시 터질 수 있는 기낭을 잘라내고 폐를 덮고 있는 흉막을 가슴속에 붙여 기흉의 재발을 막는 수술치료이다.
이 방법은 재발한 기흉환자나 치료가 지연되는 환자, 비행사나 잠수·등산 등 기압차가 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 그밖의 재발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최근 흉막강 안에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 넣어 비디오 영상으로 가슴 안을 보면서 수술하는 비디오흉부수술이 개발돼 치료효과가 우수하다. 담배는 기낭을 만드는 주원인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김광택 고려대 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김광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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