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럽지못한 일상의 추억「닭표 뿌란듸, 위스키」, 「새농민」, 「김추자 리사이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중의 하나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11월27일까지 열리고 있는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해방이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억조차 희미한 옛날 광고판, 레코드 표지, 영화포스터, 잡지 표지, 빨치산에 뿌린 항복권유 삐라 등 해방 이후의 시각 상징물 700여점이 전시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옛추억을 더듬는다. 그래서 인기다.
이 전시가 싸구려 인쇄물로 꾸며진 것은 바로 그것이 우리의 시각문화의 역사이기 때문. 이 전시는 또 「미술」이라는 한정된, 그리고 고급스러운 문화의 잣대에 반해 「일상의 시각문화」를 새롭게 대접해보려는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 미술은 그렇게 화랑이나 미술관에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고급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전시를 보고 난 뒤에 깨닫는다.
영상자료원에서조차 접하기 어려운 영화포스터, 귀한 역사의 자료를 구한 사람은 큐레이터 김진송(37)씨. 그는 전시가 확정된 2월부터 4개월간을 자료 수집하는 데에만 매달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그래픽 디자이너 한홍택씨의 아들인 화가 한운성씨, 금산문화원 양해남, 영화평론가 정종화씨의 도움이 컸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고급스럽지 못한 시각물 때문에 이 전시를 「키치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고급문화를 싸구려 문화로 비아냥 거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평가를 반대한다.
이 전시에 나온 것은 우리의 역사이고, 그 역사를 키치로 단정한다면 그것은 역사를 싸구려로 본다는 얘기라는 것. 『우리 인생이 키치는 아니지 않습니까』 미술 밖의 미술을 미술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 이 전시는 그런 시도의 공식적 선언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