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도제고 도움… 유럽계 금융기관 해빙 기대SBC워버그가 17일 한국계 금융기관 및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기 외화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경제에 단비라고 할 수 있다. SBC워버그가 한보와 기아사태이후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줄을 옥죄고 있는 유럽지역의 「리딩뱅크(선도은행)」인만큼 외화차입난 해소는 물론 신인도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원은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글로벌본드 발행(11일)과 SBC워버그의 지원확대의사표명(17일) 등 일련의 「개가」로 세계 양대 금융시장인 뉴욕과 런던에서 일단 숨통을 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21일부터 25일까지 홍콩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와 19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제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재무장관회의 등 국제회의를 통한 경제외교에서 활약할 경우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BC워버그측이 밝힌 핵심내용은 한국의 경제기조에 대해 신뢰를 표시하고 단기자금 공여에도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점이다. SBC워버그의 드기어 회장은 정덕구 재경원기획관리실장과의 회동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종전과 같이 한국금융기관 및 한국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한국계 금융기관 및 기업에 단기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 당국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자금공급규모나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10억∼15억달러에 만기 3개월정도의 단기자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SBC워버그가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한국이 구조조정과정에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경제구조가 건실하며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며 『다른 유럽계 금융기관의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긍정적으로 반전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사실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한국경제의 호전조짐에도 불구, 기아사태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책은행과 일부 우량시중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이 1개월짜리 외화대출도 받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같은 상황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에서 더욱 심했고 특히 최근에는 일본계 은행들이 반기결산에 대비,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을 맞추려고 대출외화를 대거 회수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었다. 따라서 SBC워버그가 10억달러의 단기자금을 조만간 한국금융기관에 지원한다면 이번 외화난의 최대고비로 지목되어온 「마의 9월」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BC워버그는 스위스 3대 은행인 스위스은행(SBC)과 영국 최대증권사인 S.G.워버그가 95년 합병한 자본금 121억달러에 1,622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으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특히 유럽지역에서 선도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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