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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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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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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맞아 본격적으로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끔찍한 교통체증이 재연되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고향과 부모를 찾아가고 있지만 선물꾸러미는 볼품없고 마음은 착잡하다. 직장 잃은 사람들, 체임으로 호주머니가 텅 빈 사람들은 오죽하랴. ◆날씨마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19년만의 개기월식으로 한가위 보름달이 사라진다더니 날이 흐려 개기월식도 보기 어렵다는 예보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이번엔 태풍소식이다. 연휴중 14, 17일은 비가 내린다는데 진로가 유동적인 태풍이 큰 피해나 내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긴 연휴에서 심기일전의 활력을 얻어야 할 텐데 즐거운 소식은 찾기 어렵고 무엇 하나 마음 붙일 곳이 없다. 나리는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정치인들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있다. 믿었던 박찬호도 무너졌다. 월드컵축구마저 부진했더라면 집단우울증이 번졌을지 모른다. ◆예전의 추석은 가난하지만 흥겨웠다. 먹을것이 적으면 적은대로 이웃과 나누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공동체의 행복을 가꾸어 왔다. 우리는 부유하고 유족한 국민이 아니었다. 오늘의 이 우울은 남을 생각지 않고 분에 넘치게 꾸려온 삶에 상대적 빈곤감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밀리는 귀성·행락길은 공동체적 삶을 생각하는 기회이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 않고 질서를 지키는 일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불편하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이웃을 돌아보도록 하자. 가난했던 시대의 명절로 되돌아가자. 그것이 가난한 올해 추석의 진정한 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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