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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한국형 전투기」사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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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한국형 전투기」사업(사설)

입력
199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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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이 엔진결함 때문에 추락한 것으로 밝혀진 것은 방공망에 큰 허점이 노출됐음을 의미한다.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종사의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사고 전투기는 지난달 6일 경기도 여주상공에서 훈련비행도중 추락했다. 조종사는 비상탈출해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만일 엔진결함이 구조적인 것이라면 유사한 사고가 잇따를 것이고, 그런 전투기를 타는 조종사의 안전도 그만큼 위험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이 전투기는 삼성항공이 미제 F16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한 뒤 공군에 납품한 36대중 하나다. 한대 값이 무려 320억원이나 되는 비싼 장비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공군은 이 전투기를 모두 120대 구입할 계획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사 제품인 F16은 세계 각국에서 요즘 가장 활약이 많은 전투기로 꼽힌다. 사고도 잦아서 첫 생산후 지금까지 모두 230건의 추락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엔진결함으로 밝혀진 사고가 99건이다. 사고의 절반쯤이 엔진 때문인 셈이다.

91년 6공정권이 한국형전투기사업(KFP)의 기종을 고를 때도 쌍발엔진을 갖춘 F18 대신 F16이 채택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종사들이 있었고, 그 뒤에도 최종선택과정에서 뇌물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공군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가 조종사의 실수나 정비불량이 아닌 엔진결함 때문임이 밝혀졌을 뿐, 그 원인은 가려낼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추락 당시 문제의 부위가 파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공군은 엔진에 대한 특별점검후 11일부터 문제가 없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운항을 재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항공측은 그들대로 『하자보증기간이 끝나 법적책임이 소멸된 상태』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사건을 보는 우리의 관심은 사고의 원인이 부품불량이냐 조립실수냐를 가리는 데 있지 않다. 또한 전투기 납품후 정비불량이나 조종사의 잘못을 캐내자는 데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처럼 국가안보상의 중대사안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보자는 공군당국과, 삼성항공의 자세에 있다. KF 16에 대한 조종사들의 불신이 공군전투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는 사실과, 우리 방공망의 전위인 KFP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둔다면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는 보이지 못할 것이다.

공군은 어느 나라 군대며, 삼성항공은 어느 나라 기업인가. 국방부차원의 재조사를 거쳐서라도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 고칠 것은 고치고 잘못이 있는 자에게는 상응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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