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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 55년만에 되찾은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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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할머니 55년만에 되찾은 한가위

입력
199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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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 올케집서 설레는 추석맞이/옛기억 떠올리며 혈육과 송편빚고 차례준비/치마저고리 입어보고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가족이 둘러앉아 맞는 추석이 몇년 만인가』

일본군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50여년동안 버려진 삶을 살아오다 본보 보도로 혈육과 고향을 함께 찾은 「훈할머니」 이남이(72)씨는 55년만에 맞는 추석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이 역력했다.

훈할머니는 추석연휴 하루전인 13일 하오 귀성대열에 섞여 인천을 떠나 경북 경산시 계양동에 있는 올케 조선애(63)씨 집에서 조카, 손자들과 어울렸다. 훈할머니는 어머니가 방물장사를 하는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나마 온 가족이 함께 했던 옛 기억을 되살리며 귀성길의 피곤함도 잊고 마냥 흐뭇한 모습이었다. 렉 시나(27) 렉 잔니(19) 렉 시눈(17) 등 3명의 외손녀도 할머니의 나라에서 장조카 이상윤(38)씨 부부 등 훈할머니 가족들과 함께 추석풍속을 맛보았다.

법무부에 국적회복을 신청해 놓은 훈할머니는 두번째 방문한 올케집이 포근한지 손자 유진(8)양과 대혁(6)군을 안고 얼굴을 비비며 혈육의 정을 듬뿍 나눴다. 훈할머니는 올케 조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식구들과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콩나물도 다듬으며 차례음식 준비를 도왔다. 훈할머니는 지난달 마산시청을 방문했을 때 김인규 시장으로부터 선물받은 치마저고리를 입어보며 동심에 젖기도 했다.

올케 조씨는 『남편(태숙)이 생전에 누나를 그토록 그리다 92년 먼저 떠났는데 이렇게 살아 돌아와 차례음식을 장만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냐』며 울먹였다.

훈할머니는 지난달 4일 귀국한 이후 옛 입맛을 되찾아 이날 올케가 준비한 돼지고기 장조림과 김치, 김 등으로 밥 한그릇을 거뜬히 비웠다.

훈할머니는 추석을 올케집에서 보낸 뒤 경남 합천군 가회면 외사리 동생 이순이(61)씨 집으로 가 아버지 묘소에도 성묘할 예정이다.<경산=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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