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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종 초월 세계가 울었다/테레사 수녀 장례식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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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종 초월 세계가 울었다/테레사 수녀 장례식 표정

입력
199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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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도 추도객 100만명 인해/간디·네루 시신 옮긴 포가로 운구/영결미사 고아·장애인 4,000명 참석/타종교대표들도 “애도” 한목소리『성녀여, 편히 잠드소서』

13일 「빈자들의 성자」 테레사 수녀 장례식이 거행된 인도 캘커타 시내는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나온 추모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테레사 수녀의 시신은 이날 상오 8시45분(한국시간 낮 12시 15분) 재스민꽃으로 장식되고 인도국기가 덮인 하얀 관에 놓여져 9대의 군의장대 차량과 1,500명의 군인이 호위하는 가운데 인도 국부 마하트마 간디와 자와할랄 네루의 시신을 옮겼던 포가로 옮겨졌다. 시신을 실은 포가는 사랑의 선교회 관계자들과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아꼈던 장애인, 고아, 부랑자 등이 뒤따르는 가운데 장례식장인 네타지 실내 체육관으로 향했다.

○운구행렬에 고개숙여 추도

○…전날까지 간간이 뿌리던 비가 멈추고 구름만 잔뜩 낀 날씨를 보인 가운데 성 토머스성당에서 영결미사장인 네타지 실내 체육관까지 9㎞의 연도에는 100만명의 추도객(인도경찰 추산)이 운집, 운구 행렬을 지켜보았다.

연도에 나온 추모객들은 힌두, 회교, 기독, 시크교도 등의 구별없이 운구행렬을 향해 고개숙여 고인을 추도했다. 일부 추모객은 눈물을 흘리면서 행렬이 지나는 길에다 꽃을 뿌리기도 했다. 2만5,000명의 인도경찰이 요소요소에 배치돼 요인 경호와 질서 유지에 나섰으며 헬기까지 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성 일정기간 걸릴 것”

○…테레사 수녀의 시성은 가톨릭교회 규정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황청의 성인화의식 담당 조지프 라칭거 추기경은 『테레사 수녀의 시성을 앞당기는 특별한 절차를 밟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가톨릭 규정에 따르면 성인 추대는 후보자 사망후 5년이 지나야 시작할 수 있으며 순교자에 한해 절차가 생략된다.

그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테레사 수녀의 성인화에 확고한 지지를 갖고 있어 시성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테레사 수녀의 시신은 상오 9시50분 장례식장인 네타지 실내체육관에 도착, 「사랑의 역사는 평화의 역사」라는 현수막이 있는 식단 중앙에 모셔졌다. 영결미사는 교황청 국무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의 집전으로 상오 10시부터 시작됐다. 힌두어 영어 벵골어 등 3개 언어로 진행된 영결미사는 사랑의 선교회의 수장인 니르말라 수녀의 추도사에 이어 주요 인사들의 헌화, KR 나라야난 인도대통령의 조사 순으로 이어졌다. 캘커타 대주교가 기도문을 낭독할 때 뭄바이 대주교는 테레사 수녀의 시신에 성수와 향을 발랐으며 테레사 수녀의 영혼을 하느님에게 맡긴다는 기도문 대목에서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 10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내곁에 머무소서」라는 찬송가를 불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소다노 추기경이 대신 읽은 메시지를 통해 『테레사 수녀는 다른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논의할 때 그들에게 동정심을 베풀었다』며 『어둠속에서도 테레사 수녀의 양심의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교황은 『테레사 수녀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가난한 사람들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곁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며 「그들은 토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회상했다.

사랑의 선교회 수장인 니르말라 수녀는 추도사에서 『그분의 유지를 받들어 빈자들중의 빈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연숙 정무2장관도 참석

○…네타지 실내체육관에는 전세계 23개국에서 온 주요 인사들과 장애인 고아 4,000여명 등 모두 1만2,000명이 참석했다. 인데르 쿠마르 구즈랄 인도총리와 바비올라 벨기에여왕,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 이탈리아대통령, 렉스헵 메이다니 알바니아대통령, 제리 롤링스 가나대통령, 세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대통령이 모습을 보였다. 또 힐러리 클린턴 미 대통령 부인과 베르나데트 시라크 프랑스대통령 부인,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대통령, 소피아 스페인왕비, 누르 요르단왕비, 이연숙 정무2장관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테레사 수녀의 질녀인 아지 보야주와 그 아들도 참석했다.

○…세계 각국에서 조문사절로 온 지도자들은 조사가 끝난뒤 한명씩 테레사 수녀의 시신 앞으로 나와 조화를 놓고 조의를 표했다. 가장 먼저 테레사 수녀의 모국인 알바니아의 살리 베리샤 전 대통령이 헌화하자 조객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뒤를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미 대통령 부인, 스칼파로 이탈리아대통령, 롤링스 가나대통령이 헌화했다.

○…회교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대표들이 한 목소리로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애도해 장례식장은 보기드문 종교 초월의 장이 됐다. 힌두교를 대표한 사티나스 고시 산스크리트 연구소장은 『테레사 수녀의 영혼이 영원한 천상의 기쁨속에 머물기를 기원한다』고 추모했으며 조로아스트교의 아류인 파시교단의 대표 아디 바푸지 라바디는 『그의 삶은 파시교의 성서에 나오는 선한 생각, 선한 말, 선한 행동이라는 3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회교도중 시크교를 대표한 파라브조프 싱은 『우리 모두는 테레사 수녀와 같은 성인과 함께 살아 온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고 불교도를 대표한 수드흠말란캄은 『테레사 수녀가 영생하기를 기원한다』고 축복했다.

○하관식 10명만 참석

○…테레사 수녀의 시신은 낮 12시45분 네타지 실내체육관을 떠나 하오 1시45분 군의장대 12명의 병사들이 각기 3발의 조총을 발사하는 가운데 사랑의 선교회 본부에 도착했다. 하오 2시30분 「수녀의 집(마더 하우스)」에서 사랑의 선교회 수녀와 관계자, 성당 인사 등 10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기도와 함께 하관식을 한뒤 테레사 수녀는 안장됐다.<캘커타 외신="종합·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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