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색 장기화로 명동·강남 등 업자 30% 폐업/거액전주들 “돈떼이느니 장롱속에” 자금회수금융시장이 냉기류에 휩싸이면서 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예년의 경우 추석이 끼어있는 9월이면 추석자금을 마련하려는 중소업자들로 사채시장이 큰 호황을 누려, 하한기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업자들까지 「추석대목」을 노리고 활동을 재개했는데 올 추석에는 오히려 사무실을 정리하는 사채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8월말이후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면서 서울 명동과 강남, 신설동 등지에서 영업을 해온 사채업자중 30%가량이 이미 사무실을 정리했고 나머지 사채업자들도 사무실만 열어둔채 「개점휴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시장에 정통한 신용금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거래해온 사채업자 2명이 최근 사전연락도 없이 사무실을 정리, 폐업했다』며 『이같은 현상은 「은행→종금→상호신용금고·마을금고→사채시장」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금융권 계층구조」가 정착되기 시작한 80년대 초반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H은행 명동지점 관계자도 『9월들어 금융경색국면이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동안 자금시장 회복을 기대하며 사무실을 운영하던 사채업자중 상당수가 「12월 대선」때까지는 영업을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이에 따라 사채업자중 약 30%가량이 사무실을 폐쇄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사무실을 열고 있는 사채업자도 개점휴업상태에 돌입, 일부 대기업의 우량어음을 제외하고는 할인금리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채시장에서는 현대 삼성 LG 대우그룹이 발행한 A급어음만 월 1.05%(연 12.73%)의 할인율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2∼3개월전만해도 A급어음에 월 0.6%포인트의 프리미엄을 얹으면 일부 거래가 이뤄지던 B급, C급어음은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려 실질적으로 이들 어음에 대한 할인율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사채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 사채업자에게 자금관리를 위탁해온 거액전주들이 금융시장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전주들은 회수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외국계은행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사채시장에서 거액전주의 돈을 중개하는 송모씨는 『전주들이 불안한 금융시장에서 돈을 떼이기 보다는 연간 15%이상의 금리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장롱속에 쌓아두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송씨는 『실제로 그동안 사채중개업자에게 위탁, 50억∼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사채시장에서 굴려온 중급 전주가 최근 자금을 긴급회수, 빌딩을 매입했으며 또다른 전주는 회수된 돈을 외국계 은행에 맡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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