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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독범행 일까?/우리의 나리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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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독범행 일까?/우리의 나리는 죽었다

입력
199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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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빚 천1백만원 친정서 이미 갚아/남편삐삐 “혼자한 것 아니다” 메시지/최소 1∼2명 공범있을듯12일 나리양 유괴사건의 범인 1명이 검거됐으나 사건의 전모는 여전히 명확치 않다. 경찰수사는 범인 전현주씨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 당초 자신을 포함, 범인이 모두 6명이라고 진술했던 전씨는 이날 하오 늦게부터 단독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수법이나 과정, 살해동기 등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범행수법

유괴사건의 경우는 사전에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는 곳곳에서 어설픈 점들이 드러난다. 전씨의 진술은 『지난달 30일 뉴코아백화점 햄버거집에서 나리양을 우연히 만나 범행을 결심, 접근한뒤 나리양의 학원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유인했다』는 것이 요지. 이 진술을 그대로 믿자면 전씨는 나리양을 학원에 그대로 들여보내고 그 앞에서 기다리는 등 자신을 한껏 노출시키는 행동을 한 것이다. 경찰은 이런 「서투른」 행동이 전씨의 단독범행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리양이 납치된 건물주 아들은 『30일 저녁 불이 켜져있어 들여다보니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있었다』고 진술, 공범의 존재를 시사하고 있다.

◆범행동기

범인이 요구한 몸값은 2천만원으로 너무 적다는 점도 전씨의 단독범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씨는 나중에 자신의 단독범행임을 강조하면서 『신용카드 연체료와 사채를 갚기 위해 나리양을 유괴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경찰조사결과 신용카드빚 1천1백50만원은 집이 차압당하자 친정에서 갚아주었으며 사채 3백만원도 친정의 도움으로 충분히 변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밖의 정황

전씨의 최초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점도 단독범행을 의심케하는 부분이다. 전씨는 검거직후 『범행 1주일전 사무실을 빌리기위해 찾아온 낯선 남자 2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이 장면을 담은 필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때문에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친구 등앞으로 편지형식의 글을 준비했고 남편의 호출기에는 『혼자 한 것이 아니다』라는 음성메시지까지 남겼다. 만약 단독범행이라면 허술한 범행수법과 이같은 치밀한 범행은페행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전씨가 개인승용차도 없이 일면식도 없는 나리양을 택시에 태워 유괴했다는 점, 범행이후 만삭의 상태에서 외부 도움없이 혼자서 여관을 전전하며 도피행각을 벌였다는 점 등도 경찰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어쨌든 경찰은 지금으로서는 전씨의 가장 최근 진술을 바탕으로 일단 단독범행쪽에 비중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5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2명 정도의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치 않고 있다.<이진동 기자>

◎어떻게 검거했나/“내딸 가출” 아버지 결정적 진술… 남편삐삐 찍힌 여관 덮쳐

박초롱초롱빛나리(8)양 유괴사건수사 14일동안 광범위한 탐문조사와 차량, 전화추적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경찰이 결정적인 단서를 잡은 것은 11일 하오 1시35분.

집부근에 경찰이 배회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범인 전현주(28)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왜 우리집 주변에 형사가 서성대느냐』며 『딸이 지난 1일 가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부터.

협박전화를 건 명동 S커피숍의 손님 13명중 임신 8개월이라는 사실 때문에 용의선상에서 다소 비켜나 있던 전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날 전씨부모로부터 협박녹음테이프의 목소리가 『내딸 음성이 맞다』는 결정적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전씨가 남편 최모씨와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12일 아침 최씨의 신병을 확보, 호출기를 조사한 결과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모여관 전화번호가 찍힌 사실을 확인했다. 전씨는 이날 아침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출동한 서초경찰서수사반에 체포돼 범행일체를 자백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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