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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될 사람이 어떻게…”/나리양 유괴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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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될 사람이 어떻게…”/나리양 유괴살해

입력
199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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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던 어머니 끝내 실신/“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했는데”/“눈물의 교실” 나리책상엔 꽃만『사악한 세상과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우리 나리가 십자가를 짊어졌구나』

12일 하오 9시55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강남병원 영안실. 한영희(41)씨는 딸 나리양이 아끼던 앙증맞은 곰인형과 붉은 원피스가 놓인 영정앞에서 오열하다 실신했다. 아버지 박용택(41·인테리어업)씨는 딸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천장을 응시한 채 속울음을 삼켰다.

상오 9시50분께 범인 전현주(28·여)씨 검거소식을 들은 뒤 『제발 나리가 살아만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던 한씨는 하오 1시5분께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넋을 잃었다. 마침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나리양의 동생 한우리(6)양은 한복을 입은 채 『엄마, 왜 그래』라며 철부지 노릇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하오 2시께 나리양이 숨진 관악구 사당3동 극단 사무실을 찾은 한씨는 그렇게 애타게 찾던 딸을 차마 시체로 볼 수 없었던 지 되돌아섰다. 경찰의 출입 통제선을 붙잡고 한없이 눈물만 토해냈다. 한씨는 나리양의 부검을 하러 온 경찰에게 『아이를 두번 죽일 수 없다』며 몸부림쳤다. 결국 남편 박씨가 경찰측의 요청을 접수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향했다.

나리양이 다녔던 원촌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한결같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담임 조남각(54) 교사는 『나리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올 줄이야…』라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나리양 책상에는 친구들이 갖다 놓은 꽃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리양이 뛰놀던 아파트단지도 슬픔의 늪에 빠져있었다. 주민 윤모(39·여)씨는 『아이를 잉태한 여자가 어떻게 아이를 죽일 수 있느냐』며 『나리가 너무 불쌍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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