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대미채널 확보… 회담 전망은 불투명북한이 4자회담 2차 예비회담을 예정대로 받아들인 것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달말 장승길 대사 망명사건이후 미국측에 장대사의 북한송환과 재발방지 등을 요구해왔었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과의 여러차례 접촉에서 장대사 망명사건이 4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공개적으로 예비회담 거부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장대사 사건을 확대시켜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를 냉각시키기보다는 정치적 및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분석되어 왔다. 미국과 한국정부도 북한이 장대사 사건과 4자회담을 연계시키는 제스처는 취하겠지만 4자회담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10일 베이징(북경) 미북 고위급회담을 제의해온 것은 북한이 예비회담을 예정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징후로 한미 양국은 받아들였다. 이에따라 한국과 미국은 8일 송영식 외무부 차관보와 찰스 카트먼 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와의 회담에서 예비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키로 뜻을 모았었다.
북한이 이번에 예비회담을 예정대로 받아들인 것은 장대사 사건과 4자회담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이같은 분리전략을 통해 상당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장대사 사건 협상을 통해 한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북·미간 고위급 협상채널을 확보,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이와함께 예비회담을 예정대로 받아들임에 따라 미국측으로부터 식량지원과 경제제재완화 등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베이징회담이 열린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세계식량기구(WFP)의 대북 식량추가지원계획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8일부터 열릴 2차 예비회담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회담에서도 지난번 1차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한 본회담 의제를 둘러싼 참가국간의 이견이 좁혀지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본회담 의제는 포괄적이어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북한은 주한미군철수 등 한미가 받아들이기 힘든 의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장대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예비회담을 받아들인 만큼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 등으로 인해 예비회담에서 또 한번의 입장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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