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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웃겨야 잘팔린다?/패션 카탈로그 익살·장난기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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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웃겨야 잘팔린다?/패션 카탈로그 익살·장난기로 포장

입력
1997.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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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카탈로그들이 확 달라졌다. 시대가 어지러울수록 재기 만점의 블랙유머가 환영받아서일까. 전통적으로 신상품의 충실한 소개서 역할을 했던 패션카탈로그들이 다투어 익살과 장난기로 포장한 이미지 판촉전을 구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있다.신발 및 잡화브랜드 「개그」는 70년대초 초등학교 신입생들의 교과서였던 「바른생활」을 패러디한 카탈로그를 내놓았다. 제목도 「개그생활」. 「1. 애국가」 「2. 인사를 합시다」 「3. 학용품 챙기기」 등의 차례로 꾸며진 카탈로그는 고색창연한 옛 교과서 배경을 그대로 살리면서 일부러 유치하게 꾸민 학생들이 개그제품을 착용한채 등장, 미소를 자아낸다.

진브랜드 「닉스」는 실수로 여자친구에게 우유를 뱉어내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잘못 인화돼 촛점이 안맞거나 모델 얼굴에 구인광고가 인쇄된 사진 등은 난처한 실수를 장난스럽게 포장한 것. 「닉스」는 이 카탈로그를 가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포, 제품의 유용성을 역설적으로 광고하는 효과까지 노리고있다.

또 캐주얼브랜드 「에스제이」카탈로그에는 양배추 인형을 연상시키는 못생긴 모델이 늘어지게 하품하는 모습이 실렸고 「스톰」은 아예 남자모델의 사진아래 삐뚤삐뚤한 글씨로 「멋진 남자모델 김남진이니 팬이 되달라」는 애교있는 소개서를 달아 웃음을 자아낸다. 「96뉴욕」의 카탈로그에는 풀밭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조각배를 타는 모델들이 등장한다.

웃음을 담은 카탈로그의 대거 등장은 이 브랜드들의 실구매자층이 10∼20대 초반의 신세대라는 점에 기인한다. 「개그」카탈로그를 만든 광고기획사 (주)도프의 김용호 사장은 『기성세대가 옷입기를 진지한 일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신세대들은 옷입기에서 재미를 찾는다. 이는 활자나 우아한 작품사진보다 만화에 더 친근감을 갖는 것과 상통한다. 카탈로그에 만화적 웃음을 담는 것은 이들과 브랜드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인지도나 판매율을 높이는데 카탈로그의 역할은 막대하다. (주)데코 홍보실 이미아팀장에 따르면 브랜드 인지도에 카탈로그가 미치는 영향은 평균 20∼30%선. 또 (주)신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품구매자중 30%이상이 카탈로그를 보고서 구매를 결정했다. 국내 대부분의 기성복브랜드들이 철마다 신상품 카탈로그를 제작해 매장과 고정고객에게 배포하고 제작비만도 평균 1억원대를 쓰는 것은 이때문.

이미아팀장은 『신세대 특히 10대들의 왕성한 구매력이 국내 패션시장을 이끌어가고있는 만큼 신세대의 감성에 호소하는 「웃기는 카탈로그」 전략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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