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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살이의 키워드/이유식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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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살이의 키워드/이유식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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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꼴이 이게 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만성적 스트레스로 번져 사회 곳곳에서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한탄증후군」을 낳고있다는 요즘, 우연히 3편의 글을 접했다. 모두가 10매 안팎의 짧은 에세이였지만 글의 주제가 주는 강렬함과 상쾌함은 이 가을, 우리의 정신문화와 그 건강성을 꼽씹게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먼저 김열규 인제대 교수의 「상념에 갸울이는 수숫대처럼」(한국일보 9월1일자). 재미와 자극을 앞세운 소모품적 베스트셀러만 쫓아다니는 요즘의 대중을 반문맹이라고 규정한 그는 제 몸뚱아리를 죽어라고 돌보는 타성으로라도 제 마음과 정신을 잘 먹이고 잘 놀릴 생각을 해야하지않느냐고 질타했다. 『평생을 함께 해로할 책을 쥐고 세계와 인간과 삶을 고민하라』는 말과 함께. 다음은 방송작가인 임선희씨의 「글쓰레기 많아 부끄러운 세상」(뉴스메이커 239호). 그는 너무도 쉽게 글을 쓰고, 사상도 철학도 없는 책에 현혹되는 세태를 개탄하면서 너절한 책을 도태시키는 것은 독자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책 읽지 않는 30대가 오히려 현명하다』는 역설과 『10번씩 읽어도 애착이 가는 자신만의 고전을 이 가을에 꼭 선택하라』는 주문과 함께.

끝으로 국민일보 8월29일자에 실린 임순만 문화부장의 「데미안을 위하여」. 중학교시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문학적 마성에 사로잡혀 세상에서 일탈했던 자신의 젊음을 토로한 그는 이제 「데미안」과의 화해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번쯤 헤세를, 그리고 괴테와 앙드레 지드와 샐린저를 읽어야하고 그것은 곧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는 간절함과 함께.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만큼 예술 이념 운명 구원 사랑 정신 등의 철학적 명제가 우리시대의 코드가 되지 못한다. 성찰이 없으니 호들갑만 판을 친다. 가벼움과 경쾌함. 참으로 좋은 어휘다. 그러나 그것은 무거움과 깊이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래, 김열규 교수의 말처럼 살아있는 증험으로서라도 진짜 책읽기를 해보자.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부활을 이번 「가을살이」의 키워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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