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북한과 일본이 북송된 일본인처의 귀향을 한달내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1차 귀향팀의 숫자는 10∼15명에 불과하지만 이 속에 담긴 의미는 크기만 하다. 우선 양측은 국교정상화 교섭을 위한 첫 고개를 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를 발판으로 접촉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이번 합의는 지난달 21∼22일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양측의 심의관급 예비회담에 따라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식량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5년간 중단된 국교정상화 교섭의 장애가 돼 왔던 일본인처의 귀향과 일본인 납치의혹 등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는 「성의」를 보였었다.
북한이 그처럼 기피했던 일본인처의 귀향을 선뜻 허락한 것은 식량난등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도움이 필수적이란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인처에 대한 「인도적 배려」란 그럴싸한 간판만이 일본국내의 악화된 여론을 무마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숨어있다.
일본정부로서도 「북송 40년만의 일본인처의 귀향」이란 명분만큼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좋은 무기가 없다. 지난번 50만톤의 쌀을 지원하고 경수로건설에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난 때문에 주저해 왔던 대북한 지원의 구실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교교섭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는 것도 양측의 계산이 이처럼 맞아 떨어진데 근거를 두고 있다. 앞으로 일본과 북한이 현안을 원만히 마무리짓고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 주기 바라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지만 의구심을 깨끗이 떨쳐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두 1,800여명으로 집계되는 일본인처의 귀향은 인도적 차원에서 마땅히 실현돼야 한다. 이들의 귀향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동안 일본을 다녀간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생사는커녕 소식조차 전해 주지 않았다. 북한이 귀향에 동의했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믿기에는 그동안의 상황이 지나치게 비인도적이고 투명성이 부족했다.
일본은 일본인처 모두가 자유롭게 귀향하기를 기대하지만 북한의 속셈은 다르다. 당성을 바탕으로 선별된 1진을 보낸 후 나머지는 상황을 봐가면서 그때그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인처의 명단조차 밝히지 않는 데서도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북한의 저의가 보인다.
대북한 수교는 전후 일본의 마지막 남은 과제이다. 4자회담에 소외됐던 탓으로 대북 접촉을 가속시킬 것이 뻔하다. 그럴수록 북한과의 접촉은 신중해야 한다. 일본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정부에 다짐해 왔듯이 북한과의 접촉에서 남북한 대화와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보조의 일치가 필요하다. 일본인처의 「인권」과 「인도적 배려」란 명분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될 때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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