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년만에 헌정사상 가장 큰 실험/통과 확실… ‘미식 연방’ 탈바꿈 예고영국정부는 11일 스코틀랜드에 독자적인 의회구성 및 조세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지역분권안에 대한 이 지역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투표에서 지역분권안이 통과되면 영국은 1707년 스코틀랜드를 통합한 이후 290년만에 헌정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된다. 18일에는 웨일스에서 지역분권안 찬반투표가 치러지고, 북아일랜드 분리를 위한 평화협상도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어 영국이 사실상 「미국식 연방국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스코틀랜드의 찬반투표는 웨일스와는 차이가 있다. 지역의회에 세금을 거둬들이는 조세권이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일 투표는 먼저 「지역의회 구성에 찬성하는가」에 이어 「그 의회가 조세권을 가져야 하는가」 등 2가지 질문에 대한 찬반을 묻는 형식이다.
투표일인 11일은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인 스코틀랜드 독립영웅 윌리엄 월리스가 700년전 잉글랜드군을 격퇴한 날로 현재까지 여론조사결과, 지역분권안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지역의회 구성에는 60% 이상이 지지하고, 조세권 보유문제는 세금인상을 우려한 기업인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적지 않아 찬성 45%, 반대 38%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8일 에든버러를 방문, 『새 스코틀랜드 의회는 세금인상 보다는 일자리창출에 노력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여론을 다독였다. 지역분권을 반대하는 보수당은 『찬반투표는 영국을 해체시키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지역분권은 결국 분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분권안은 5월 집권한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이 내걸었던 선거공약이다. 내용은 현 의회의 임기말까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지역 의회를 설치하고 외교 국방 경제정책, 노동 사회 윤리문제를 제외한 교육 보건 경제개발 관광 교통 법률 치안 환경 농업정책의 권한이양이 담겨있다.
이같은 구상의 배경에는 지역별 경제격차와 이해대립, 이에 따른 분리움직임 고조 등이 깔려있다. 노동당이 79년 똑같은 내용을 투표에 부쳤을 때 스코틀랜드는 32.9%, 웨일스는 20%만 지지해 부결됐다. 그러나 풍요로운 중부 잉글랜드지역을 기반으로 한 보수당의 18년 집권과정에서 지역간 이해대립이 노출됐다. 여기에 경제가 쇠퇴하자 민족구성과 종교적 전통의 차이에 따라 지역간 갈등이 부상했다. 올 5월 선거에서 보수당은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전멸했다.
집권 노동당은 변화의 물결이 「분리독립」이라는 극단적 흐름을 타기전에 지역분권 형태로 포용, 「보다 개방적인 정부, 보다 단합된 영국」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낸 것이다. 노동당의 역사적 실험이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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