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연 적자 1조 넘을듯”/대구부산 전철화 2003년 조기개통 바람직/대전·대구역사 지하화 전면재검토 주장도/채권발행 공단 자체재원조달 현실성 없어교통개발연구원과 고속철도건설공단 주최로 10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경부고속철도 건설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건설교통부등 정부관계자와 정계·학계·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경부고속철도 사업계획 2차 수정안」의 타당성을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의 「2차 수정안」이 경부고속철의 경제성을 과다하게 부풀리거나 현실성없는 대책들을 담고 있는 등 부실하게 마련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는가 하면 사업비 절감을 위해 대구·대전역사 지하화를 재검토하거나 대전이남 구간은 백지화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반면 고속철도의 경제성은 의심할 바 없으며 예정대로 추진돼야한다는 옹호론도 제기됐고 부실시공을 막기위한 안전시공대책에 대해서도 논의가 많았다.
김건호 건설교통부차관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경부고속철도사업은 과거 정책적 착오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경부축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우리나라가 21세기 동북아 교통·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국책사업』이라며 『이번 정부가 마련한 2차 수정안은 다시 재조정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조진형(신한국당) 의원은 『경부고속철도의 조기개통 방안은 이용자의 편익우선을 감안, 정부안중의 하나인 2003년 서울―대구를 고속철도로, 대구―부산은 전철화해 조기개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대전·대구 지하역사를 매듭지은 후 2005년 완공개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의원은 『기존선과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연결비 3,619억원을 고속철도공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 공사는 철도사업으로 보고 철도청에서 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의원은 『경부고속철도는 수요가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건설해야 한다』며 『기존 경부선은 화물전용으로 사용하고 경부고속철도는 여객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시대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갑(국민회의) 의원은 『현재 대전―부산구간은 기존 철도도 37%가 공차로 운행하고 있다』며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서울―대전만 개통하고 대전―부산은 전철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의원은 『국내 교통난은 사회간접자본(SOC) 부족보다는 SOC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정책부재로 인한 요인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한의원은 또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운영·정비비를 제외한 연간 수익이 4,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총사업비를 10조7,4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도 부채·이자 상환금은 1조3,000억원에 달해 연 9,000억원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사업비가 17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경우 적자는 더욱 커질게 분명한데 경제성이 있다고 발표한 정부안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의원은 『정부가 2018년 고속철도 예상수요를 하루평균 43만2,000명으로 추정한 것은 지나치게 승차율을 높게 잡아 억지로 경제성을 맞추려 한 것이란 의혹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신칸센의 경우 75년 하루평균 승객 42만5,000명에서 최근 37만명으로 점차 승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서울대 전경수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속철도 대구·대전역사 지하화는 경제적·기술적 측면에서가 아닌 정치적으로 결정됐을 뿐』이라며 『지하역사는 지상역사보다 이용자들에게 불편할 뿐만아니라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교수는 『고속철도가 지상으로 지나갈 경우 도시가 양분될 것이란 주장은 근거없는 것』이라며 『기존 철도의 공간을 활용하면 이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수는 고속철도사업이 성공하려면 고속철도건설공단은 기술인들의 위상과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기술자들이 경부고속도로 건설때와 같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수는 또 『이번 수정안에서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외국감리업체에게 권한을 대폭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국업체에게 감리권한을 넘겨줄 경우 너무 원칙에 매달려 공사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선덕 한양대 교수는 『이번 사업대책의 경제성 분석에서 고속철도의 평가항목이 지나치게 경제분야에만 한정돼 있으며 철도가 갖고 있는 안정성, 환경보호성 등의 요소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변웅전(자민련) 의원은 『최근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증가된 고속철도 사업비의 재원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대전역사 지하화를 재검토, 투자비를 줄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의원은 『총사업비 증가로 국고지원액이 4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늘어나게 되면 한정된 교통세수로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의문』이라며 『자체자금 조달을 위해 공단이 채권을 발행한다는데 채권을 발행해 채권이자를 갚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도철웅 대한교통학회회장은 『고속철도의 사업성은 양적 분석만으로 잴 수 없는 부분도 많은 점을 감안할 때 타당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역사의 규모를 축소, 공사비를 줄이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옥 민자역사협회장(한국철도선로기술협회장)은 안전시공대책과 관련, 『철도는 종합기술이 필요한 사업으로 궤도 전력 통신 신호 등 다양한 기술 등이 긴밀하게 연계돼 시공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고속철도의 종사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어 콘크리트속에 장갑이나 라면봉지를 버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사명감과 긍지를 갖도록 하는 사기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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