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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제도/부실기업 처리 새 모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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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제도/부실기업 처리 새 모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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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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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기관 이해관계 접점 커 급속 확산될듯/경영권보장 따른 제도 악용땐 ‘도피처’ 될수도화의제도가 부실기업처리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진로그룹의 화의신청을 계기로 이 제도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현재 대농 기아도 화의를 검토중이고 다른 부실징후기업들도 이 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처리의 신모델로 도입된 부도유예협약이 시행 5개월만에 현실적 한계를 노출하면서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회생방편이었던 화의는 장차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부실기업정리 모델로서 화의의 가장 큰 흡인력은 부도유예협약이나 법정관리 등 기존 모델보다 기업과 채권금융기관간 이해관계의 접점이 크다는 점이다. 부도유예협약은 기업에 일방적 혜택(부도면제)을 주면서도 경영권포기에 관한 한 무력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법정관리는 기존오너의 전면퇴진을 전제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주로선 「사형선고」나 다름없고 금융기관 역시 채권행사가 최장 20년까지 동결되므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다.

하지만 화의는 ▲기업주에겐 경영권유지 ▲채권단에겐 채권유예기간단축(5∼7년) 등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인정함으로써 부도유예협약과 법정관리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고 있다. 한일은행 정인호 상무는 『화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기업, 금융기관 모두에게 서로 필요한 것을 보장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들의 이용빈도가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화의는 몇가지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

첫째, 제도적으로 불안정하다. 화의는 문자그대로 채권단과 기업간 「1대 1 합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그만큼 깨지기도 쉽다. 법정관리는 모든 경영행위가 법원승인하에 이뤄져 기업과 채권단 모두 「독주」가 불가능하지만 화의는 법원이 개시절차에만 간여하고 나머지는 채권-채무자 당사자간 합의에 의존하므로 이해상충시 「중재자」가 없는 셈이다. 화의가 지금까지 중소기업에만 적용됐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은행감독원 김상훈 부원장보는 『화의제도는 기업규모가 작고 채권자수도 적어 채무-채권자간 합의도출이 쉬운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며 『채권자수가 많아 동의도출이 어려운 대기업은 그만큼 화의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둘째, 기존 오너의 경영권보장에 따른 제도의 악용가능성이다. 법원이 공익성이 큰 대기업은 화의 대신 법정관리절차를 적용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은행권에선 진로그룹의 화의신청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도산을 면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은감원 고위관계자는 『부도유예협약 기업이 몇개월씩 부도면제혜택을 받고도 경영권포기각서를 내지 않아 자금난에 몰리자 화의로 빠져나가려는 것은 명백한 제도악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는 자칫 부실 대기업들의 「도피처」가 될 공산도 크다.

화의는 개별기업엔 회생기회가 되지만 국민경제적으론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경영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채권단의 운신폭이 그만큼 좁아지고 부실기업 인수합병(M&A) 및 퇴출을 통한 산업구조조정도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 점에서 대기업들의 화의시도에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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