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이 미국상품의 별천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서 거둔 무역흑자가 올 상반기에만 벌써 66억달러를 넘었다. 미국에 상반기 무역적자의 3분의 2를 까먹고 동남아 등 개도국에서 어렵사리 번 달러를 미국의 한입에 털어 넣은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대미무역적자는 지난해 116억달러를 훨씬 넘는 150억달러선에 달할 전망이다. 94년 10억달러였던 대미적자가 불과 3년만에 15배나 늘어난다는 계산이다.대미수입은 대일수입을 앞질러 미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역조국이 됐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이 한국상품의 불모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말 미국시장의 4.6%를 점유하던 한국상품은 미국에서 갈수록 자취를 감추며 시장점유율이 올해는 2.5%선으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이같은 대미적자의 증가세나 미국시장의 점유율하강세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은 엄청난 대한흑자의 누증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간단없이 통상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농산물 담배 통신분야에 이어 자동차시장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개방을 강요하고 있다. 자국 승용차의 시장점유율을 일정 비율까지 높이도록 세제까지 고치라는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미적자의 폭증은 우리 소비자와 기업에도 큰 책임이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된 가구 골프채 등 소비재의 수입은 최고 80% 가까이 늘었다. 기업들도 미국시장을 새로 뚫고 확대하기 보다는 돈벌이가 쉬운 수입에 치중하고 있다. 미국 등 북미지역에 설치된 국내종합상사의 해외거점이 92년 46개에서 올해는 41개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21개에서 82개로 4배나 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미적자의 축소, 나아가 미국시장의 회복은 통상정책의 최대 현안이다. 미국시장에서 쫓겨난 세계 10대 무역국이란 허명에 불과하다. 『미국시장에서 인정받아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임창렬 통산부장관의 지적은 늦었지만 백번 옳다. 무엇보다 품질경쟁과 함께 미국시장에 대한 민관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필요하다. 미국시장은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 중장기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론 미국시장에 종사하는 상사원을 육성하고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이들의 자녀에 대한 입시특전이나 세제혜택의 확대 등 제도적 지원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소비자나 수입업체들도 대미적자의 누증에 대한 자각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젠 한미통상현안에 대해선 수세적인 양자협상의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압력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면서도 언제까지 미국의 봉노릇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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