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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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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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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굽이치는 들녘, 수정처럼 맑은 하늘, 울타리마다 늘어진 감과 대추, 지붕에 널린 빨간 고추와 웅크린 노란 호박, 그리고 동네 어귀부터 반기는 「콩쿠르대회」와 동창회의 현수막. 타향살이 도회인들에게 추석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시골 고향의 풍경화다. 그래서 예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그러나 올 추석에 고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 쓸쓸하고 무거우리라는 전망이다. 올 초부터 나라를 뒤덮은 크고 작은 기업들의 연쇄 부도사태와 극심한 자금난이 몰고온 대량실직과 사상최대의 취업난 때문이다.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한 체불임금 규모도 지난해의 4배가 넘는 2천3백억원에 달한다. ◆상인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시장과 백화점마다 추석대목을 보고 각종 성수품을 떼놨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한산하기만 하다. 추석 대목이 사라지면 추석후엔 또 중소업체의 부도가 몰릴 게 뻔하다. 대목을 기대하고 물건을 생산했다 회수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민생은 이러한데 정치권과 정부의 분위기는 시정과는 판이하다. 여야 모두 다가오는 추석연휴가 대선에 미칠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여권은 집안 분란으로 영일이 없으면서도 대선을 겨냥한 예산 증액을 위해 교통세 등을 대폭 올리겠단다. ◆이 와중에도 당마다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이른바 추석떡값을 돌리는 모양이다. 어떻게 구해서 어디에 쓰라는 떡값인지는 모르지만 불경기로 더욱 썰렁해진 불우이웃 시설이나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개기월식으로 보름달마저 사라진다니 정말 어두운 추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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