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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시인 ‘백석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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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시인 ‘백석전집’ 출간

입력
199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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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 근대인의 고독 관서지방 토속어로 표현/“현대 한국시인에 가장 큰 영향미쳐”/해방이후 작품도 수록「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여우난골족」중에서). 현대 한국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월북시인 백석(1912∼?).

전통적 공동체가 해체돼 가던 30년대 근대인의 고독을 관서지방의 토속어에 담았던 시인 백석이 8·15이후 북한에서 발표한 작품까지를 수록한 「백석 전집」(실천문학사 발행)이 새로 출간됐다.

김재용(37) 전 연세대 교수가 새로 엮은 이 전집에는 백 석이 해방 이전 발표한 시집 「사슴」 등에 실린 시, 소설과 새로 발굴한 수필작품은 물론 57년 북한에서 발표한 시집 「집게네 네 형제」수록 동화시와 시, 평문, 정론 등이 추가됐다.

월북이라는 멍에 때문에 존재가 가리워져 있던 백석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꼭 10년 전. 88년 월북문인의 작품이 해금되기 직전인 87년 「백석 시전집」(이동순 편)이 발간되면서였다. 중국과 일본을 통해 입수한 이번 전집에 수록된 해방 이후 작품은 백 석의 작품세계의 변모 여부를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당」과 「혁명」을 노래한 것이 많지만 역시 백석의 주조는 휴머니즘이다. 엮은이 김재용씨는 『백 석은 북한에서도 권력에 의한 민중의 소외 문제를 동화시의 형태로 표현하는 등 근대인의 고향상실에 대한 고민에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그의 시적 주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는 남쪽 집 처자의 시집 가는 걸/ 산 위 아마밭머리에 바래 보냈더니/ 오늘은 동쪽 집 처자의 시집가는 걸/ 산 아래 감자밭둑에 바래 보내누나」(「전별」중에서). 그러나 북한의 「문화어」(표준어) 정책에 따라 관서방언의 사용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백 석은 59년 삼수군 국영협동조합으로 쫓겨내려가 양치기 일을 하면서 시작을 재개한 것까지는 이번에 밝혀졌지만, 한설야 등 월북문인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일어났던 62년 이후의 행적과 생사 여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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