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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애도하게 만든 것/김경희 여론독자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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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애도하게 만든 것/김경희 여론독자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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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테레사 수녀. 두 여인으로 해서 우리는 모처럼 지겨운 정치 이야기, 끔찍한 사고의 기억에서 잠시 비켜설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든간에 그들이 남긴 것들은 일상에 매몰된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던졌으며 청량감을 주었다.두 사람은 판이한 외모 만큼이나 출신이나 행적, 죽음의 자리에서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한가지,죽음 이후 많은 이의 애도 속에 신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생전의 테레사 수녀는 그 존재만으로도 고단한 이들에게 위안이 되었던듯 하다. 그의 유해가 안치된 성 토머스성당에는 매일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우리는 어머니를 잃었다』고 울부짖는다고 한다. 그들은 테레사 수녀의 빈 자리를 확인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구즈랄 인도총리는 『그가 사랑의 선교회를 시작한 인도는 행운의 나라』라는 말로 테레사 수녀를 추모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 역시 「신드롬」으로 불릴만큼 이상열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회학자까지 동원돼 열기의 배경을 분석하느라 법석을 떨고 있다. 평소 그의 패션이나 남성편력에나 관심을 가졌을법한 일반인들도 온통 그를 기리느라 야단이다. 블레어 영국총리는 이런 여론에 밀려 다이애나비를 「성녀」라 호칭하기에 이르렀다. 힐러리 미 대통령부인은 『다이애나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무엇이 이토록 전세계가 애도하게 만드는가. 그것은 현대인들이 「눈물의 정화」를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은 실컷 울면서 고단한 삶과 황폐한 가슴을 달래고 싶어했다. 그들의 기대를 두 여인은 「사랑」으로 채워주었다. 다이애나비는 사랑을 갈구했으며 테레사 수녀는 사랑을 주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 이 시대에는 전설이 되어버린 사랑이라는 신화를 확인하고 위로받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창조됐습니다』 테레사 수녀가 남긴 말이다.

불황과 범죄, 거짓과 다툼에 지친 우리도 그들과 함께 「눈물의 정화」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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