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포함땐 17조 손실/결국 국민세 부담… 기술수출도 물거품 위기준비없는 착공, 잦은 정책변경, 부실시공 등으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사업계획이 또 수정됐다.
정부가 9일 발표한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2차 수정안의 골자는 총사업비를 당초 계획의 3배, 개통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년11개월, 수정계획보다 3년6개월 늦은 2005년 11월로 잡은 것이다. 대전―대구간 지하화, 경주―상리노선 변경 등 사업계획이 수정되고 물가상승 등 변동요인이 발생해 사업비와 사업기간 재조정이 불가피했다는게 정부와 공단의 설명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사업이 주먹구구로 이뤄져왔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번 수정안을 보면 이같은 주먹구구식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낭비가 얼마나 막대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우선 안써도 될 사업비를 2조원가량 낭비하게될 전망이다. 노선변경,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설계변경비용이 5천7백95억원이 추가됐고 2003년 서울―대구간을 임시개통하는 안이 채택될 경우 기존 철도를 전철화하고 고속철과 기존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연결비용 3천6백19억원, 기존 철도 전철화비용 9천2백49억원이 새로이 소요된다. 또 대구·대전역사 지하화공사가 2005년에야 끝나기 때문에 2003년 임시개통할 경우 기존의 대구·대전역사를 임시로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역사확충·개량비용도 3천억∼4천억원이 추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손실은 공기연장에 따른 금융비용은 제외하고 공사에 지출하는 사업비만을 고려한 것에 불과하다. 경부고속철도는 당초(90년 6월) 개통후 7년만에 그해 흑자를 기록하고 17년만에 모든 빚을 청산, 부채상환을 끝낸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고속철도 이용승객을 하루 25만명으로 예상, 연간 2조원(요금 2만8천원선)의 운행수입을 올려 이중 30%가량은 운행비용과 공단운영비 등 원가로 지출하더라도 17년간의 수익(24조원)으로 빚과 이자를 모두 갚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채상환기간이 29년으로 연장돼 29년동안의 총수입(58조원) 가운데 운행원가(30%)를 제외한 41조원가량을 빚갚는데 지출하게됐다.
따라서 금융비용 등을 포함하면 고속철도 건설에 소요되는 실질적인 총사업비는 당초계획 24조원에서 41조원으로 17조원 가량이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렇게 증액된 사업비는 결국 국민들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사업비가 10조7천4백억원에서 18조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국민세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국고지원액도 3조1천2억원가량 늘었다.
또 정부는 당초 고속철도 도입당시 국민들에게 고속철도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면서 고속철도사업은 국내 교통·물류난 해결뿐만 아니라 교통분야의 최첨단 신기술인 고속철도기술을 이전받아 동남아 등 새롭게 고속철도를 도입하는 나라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중국 태국 등 동남아국가들은 이미 고속철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도 우리는 공기가 연장되고 부실시공으로 신임도마저 떨어져 기술수출의 기회를 갖지 못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기술습득을 위해 설계·감리·사업관리를 국내 기술진에 맡겼다가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증폭되자 이를 외국업체에 맡기게 돼 기술이전효과도 크게 떨어지게 됐다. 건교부 관계자는 『감리의 경우 국내 감리업체들은 아직까지 적당주의 시공풍토에 젖어 있어 고속철도사업과 같은 첨단·대형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외국업체에 감리책임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최종안도 대전·대구역사의 지하화와 차량기지 선정을 둘러싼 지자체간 논란 등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부분이 많아 사업계획이 또 바뀌거나 사업비가 더 증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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