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는 국립대학 특별회계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이 법안은 향후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운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국립대학의 재정은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의 약 65%를 재원으로 하고 있는 기성회계는 비교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국민이 내는 세금이 주 재원인 일반회계의 집행은 다른 국가기관과 똑같은 절차와 기준이 적용되므로 여러가지로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 특히 교육 및 연구기관으로서의 특성이 인정되지 않아 예산운용상의 경직성이 심하였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법안의 기본취지는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하나의 특별회계로 통합시키면서 대학의 예산운영에 자율성, 투명성 및 자구노력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당국은 앞으로도 인건비, 시설비 등은 계속 국고로 지원하겠지만 학교운영비는 대학에 자율적으로 편성할 권한을 줌으로써 대학이 스스로 분별력을 갖고 자체수입원을 마련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대학을 비롯한 학계에서는 10여년 전부터 국립대학 특별회계법을 마련하여 총·학장에게 예산운용에 대한 재량의 폭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하여 왔다. 그러나 다른 정부기관과의 형평성 문제와 자율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부족 등으로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정부가 전격적으로 이 법안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필자의 견해를 결론부터 밝힌다면 이번의 조치는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립대학은 그동안 말이 고등교육기관이지 실제로는 정부관료조직이 갖고 있는 각종 비효율을 모두 내포한 채 운영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립대학에 비하여 등록금이 싸다는 점과 국고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 이외에 국립대학으로서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대학 재정규모면을 볼때도 한국대학중 최고수준인 서울대학교의 학생 1인당 예산액이 하버드대학이나 도쿄(동경)대학의 5분의 1 내지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1세기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국립대학의 재정운영체계를 지금과 같이 끌고 갈 수는 없다.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는 국립대학에 가능한한 재정지원을 충실히 해주면서 한편으로 대학에게 충분한 자율과 권한을 부여하여 대학이 스스로 살아남고 나아가 국제수준으로 도약하는 길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국립대학 특별회계법이 논리적 측면에서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실제 내용면에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도 있다. 첫째, 정부는 이번의 법 제정을 계기로 향후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줄이겠다는 발상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법안속에 자체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는 대학에게는 운영비 부족액을 국고에서 지원하겠다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이외에도 대학발전을 위한 정책사업 내지 대학특성화를 위한 특별지원 등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우려하는 국립대학 등록금의 「대폭」인상과 같은 역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대학의 자율권이 진정으로 실현되도록 해야한다. 법조항에는 자율성을 강조해놓고 시행령에서 이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예산운용에서 뿐만아니라 인사·조직 등 대학행정 전분야에 자율이 확대되도록 하여 진정한 대학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자율을 주는 대신 공정하고 엄격한 대학경영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이에 상응한 책임을 대학당국에 물을 수 있다.
끝으로 대학내부에서도 인식과 자세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학이 그토록 자율을 주장해 놓고 막상 자율과 책임을 주겠다고 할 때 뒤로 주춤하는 인상을 보인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세이다.
이번의 법마련을 계기로 대학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를 대학발전의 호기로 활용하고자 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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