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직장내 갈등이 주인/정신·신체치료 동시실시/발병 6개월내 경증 완치 가능「가슴이 뛰고 답답하며 숨이 막히는 것같다. 무언가 속에서 치밀어 오르고 몸에 열기가 나며 화끈거린다. 사는 게 재미없고 짜증이 나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이런 증상을 「화병」이라고 했다. 서양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질병이다. 주로 여인네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울화)를 마냥 참기만 하다 마침내 폭발하게 되면 이같은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 어떤 학자들은 화병이 골수에 사무쳐 한이 맺히면서 고유한 「한의 문화」가 형성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우리의 감정이 신체의 오장육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여긴다. 즉 감정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슴에 신체적 혼란이 야기된 게 화병이라는 것이다. 화병은 고부간의 갈등이나 가정내 불화 등으로 주부에게 주로 생겼으나, 최근에는 상사와의 갈등이나 경기불황에 따른 명퇴 등 직장인들의 좌절감 소외감이 화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광대전주한방병원 신경과장 유영수(37) 교수는 정신과 신체의 상호 균형과 조화에 치료의 주안점을 둔다. 정신적인 치료는 개별상담 명상요법 호흡훈련 등을 통해 환자가 지닌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마음의 병이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유도한다. 신체적인 치료는 한약과 침, 부항요법, 향기치료 등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것을 막는다.
치료성적은 환자의 성격과 체질, 발병기간에 따라 다르다. 발병 6개월 이내의 환자는 거의 완치가 가능하며, 만성환자도 꾸준히 치료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중증환자는 3∼4주정도의 입원치료를 포함, 6개월∼1년정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만성의 경우 3∼6개월의 통원치료가 기본이다.
화병은 마음의 병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난 것인 만큼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교수는 『그날 쌓인 스트레스는 그날 해소하고 항상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생활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벼운 증세는 명상, 산책 등으로 감정을 안정시키고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생활, 목욕 등을 하면 없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33) 교수는 화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가족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김교수는 『우리나라 주부들은 시부모, 남편, 자녀들에게서 매일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화병은 억울한 감정, 속상함 등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누적돼 생기므로 가족 구성원 전체의 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가족들의 협조여부가 치료성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오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자율신경의 안정을 유도하는 약물·침·뜸·부항·정신요법 등을 적절히 구사한다. 흉복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약물을 집중 투여하면서 화를 식혀주고 체내 균형을 회복시키는 태극침법을 병행하면 좋다. 뜸과 부항요법도 기의 순환을 원활히 하고 원기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요법은 한의학의 전통적인 기공요법을 기초로 환자 스스로 울화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자율훈련법이다.<고재학 기자>고재학>
□프로필
유영수
▲87년 원광대 한의대 졸업 ▲92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원광대전주한방병원 신경과장
김종우
▲90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96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경희대한방병원 화병클리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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