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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열풍/주부·청소년까지 골프인구 25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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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열풍/주부·청소년까지 골프인구 25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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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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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귀족스포츠는 아니다/그러나 엄청나게 치솟는 회원권값/문란한 골프장 부킹질서 등 대중화까진 아직 길이 멀다골프는 이제 멀고 낯선 스포츠가 아니다. 주변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고, TV마다 골프를 중계하며 신문도 골프 잘 치는 법을 가르친다. 직장과 사회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룬 중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배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골프를 못쳐도 타이거 우즈나 박세리의 이름을 기억하고 세계적인 프로 골퍼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골프 인구 약 250만명, 한해 골프장 내장객 1,000여만명. 이제 우리 사회는 골프를 친다고 해서 눈총을 받거나 더이상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 수준에 와 있다.

1921년 효창원골프장이 처음 우리나라에 개장한 이래 76년, 그동안 골프는 일반에게 이렇듯 가깝게 다가왔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완전한 대중화의 길은 아직 멀지만 적어도 귀족스포츠라는 이미지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새벽의 골프연습장은 직장인으로 만원이고, 낮에는 주부들로 붐빈다. 휴일 아침 고속도로의 수도권 인터체인지는 골퍼들의 차량으로 체증을 빚는다. 골프장 부킹(예약)은 힘의 각축장으로 변했고 해외 골프관광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불황에도 골프용품 산업은 연간 1조원대로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고, 외제 골프채의 수입만도 연간 2,000억원이 넘는다.

가히 골프열풍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임원급 간부 정도 돼야 즐기던 골프는 이제 부장, 과장은 물론 대리급까지 내려왔다. 골프장 내장객은 50, 60대에서 40대가 주종을 이루고 심지어 20대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여성 골프인구의 급증.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여성골퍼의 연평균 증가율은 평균치의 2배인 30%에 달하고 전체 골프인구 중 비율도 15%를 넘어섰다. 서울근교 N골프장 관계자는 『평일에는 여성내장객이 남성보다 오히려 많을 정도』라며 『하루 내장객 700여명 중 여성이 평균 150∼200여명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도 골프바람은 예외가 아니다. 드러내 놓고 골프를 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골프를 칠 줄 아는 공무원이 서기관급 이상이면 절반을 넘는다. 재경원의 한 과장은 『정권이 바뀌면 골프 금족령이 풀릴 것으로 모두들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부킹 전쟁이 더욱 치열해져 갖가지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붐을 타고 프로를 꿈꾸며 골프에 입문하는 청소년들도 크게 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공부를 시작하는 청소년이 90년 이후 3배 가까이 늘어 중고생 등록선수가 1,170명, 초등생도 200여명이나 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골프 조기유학을 떠나는 청소년들도 크게 늘고 있다.

골프인구가 최근 몇년 새 급증한 것은 물론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또 직장이나 관공서의 해외근무나 연수자가 늘어나면서 여건이 좋은 외국에서 골프를 배우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너도 나도 골프를 친다는 편승심리와 과시욕, 특정집단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은 심리에 과소비 풍조, 건강과 레저에 대한 관심이 골프붐에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골프 열풍은 장기적으로 골프의 대중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골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역설적 측면도 있다. 또한 엄청나게 치솟는 골프장 회원권값, 골프장의 부킹 질서 등에서도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 이때문에 퍼블릭 골프장의 증설, 골프장에 대한 과세문제 등 정부의 골프정책이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골프붐으로 가정과 사회, 직장의 풍속도까지 많이 바뀌었다. 컴퓨터 업체 과장인 이모(34)씨는 새벽 조깅을 골프로 바꾸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연습장에 가거나 6홀짜리 골프장을 돌고 출근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실내 연습장을 찾는다. 자신은 『이른 시일안에 실력을 웬만큼 쌓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서는 『골프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수근거린다.

이씨같은 골프중독중 환자 때문에 골프금족령을 내린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또 골프에 빠져 일과 가정을 팽개치거나, 골프금족령을 어겨 불명예 퇴진하는 고위관료, 내기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골프 열풍은 불고 있지만 건전하고 진정한 대중스포츠로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에는 아직 길이 멀다.<배성규 기자>

◎골프의 사회학/스트레스 해소·사교의 장 한몫 불구/아직은 돈과 힘의 ‘닫힌’ 스포츠

일요일이면 가족의 등쌀에도 아랑곳 없이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던 P씨(40·증권회사 부장). 그는 지난 겨우내 골프연습장에서 칼을 간 뒤 봄에 머리를 얹었다(필드에 처음 나갔다는 뜻). 그의 아내의 푸념. 『휴일 아침마다 아무리 바가지를 긁어대도 나 몰라라 하던 양반이 새벽 4시면 번개같이 일어나 골프장에 나가 저녁때 들어오는 거예요. 차라리 골프를 안 칠 때가 좋았어요』

아내를 「골프 과부」로 만든 P씨. 그는 왜 골프에 미쳤을까? 『스트레스 해소에 골프만한 운동이 없다. 푸른 초원에 백구를 날리는 그 통쾌함과 짜릿함. 한 주일의 긴장이 다 풀린다. 골프는 몸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정신운동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 사회,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승진이니 명퇴니 조퇴니 하는 초조함, 이런 것들에 대한 해소와 도피 욕구가 일요일 새벽마다 P씨를 골프장으로 내모는 첫번째 요인이다.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탁 트인 푸르른 대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매력도 유혹적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골프를 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아니다. 골프는 아직까지 대다수에겐 「닫힌」 스포츠이며, 「힘」과 「돈」의 동의어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파생되는 힘의 논리, 보통 사람으로서는 벅찬 비용은 골프하는 사람을 무언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직위나 재력, 권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때 골프채를 잡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마치 성공에 대한 보상심리처럼. 특별한 계층, 특별한 부류에 진입했다는 소속감을 확인하고, 그 동류의식을 즐기고, 남과 다름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세번째. 필드는 「줄」과 「연」이 생존전략에 중요하게 기능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절묘하게 여러 부류의 인간을 맺어주는 사교의 장으로 존재한다. 골프는 돈많은 사람과 힘있는 사람이 만날 필요가 있을 때, 청탁과 인사가 필요할 때, 홍보와 선전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다. 어두컴컴한 룸살롱의 만남이나 향응보다 돈도 덜 들고, 건강에도 좋고, 건전하다. 폭넓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성격과 취향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운동 한 번 모시겠습니다』라는 제의는 당신과 사교하고 싶다는 뜻이며, 지금이든 미래든 잠재적인 유·무형의 대가를 감추고 있다.

왜들 골프를 치는가? P씨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연과 교감하고, 결과가 연습량과 정비례하고, 실력이 부족해도 핸디캡을 받는 공평한 게임이고, 한타 한타에서 인생을 배우고, 중산층의 마땅한 성인 레저문화가 빈약하기 때문에? 다 맞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골프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그래서 「골프 사회학」이라고나 할까?<한기봉 기자>

◎골프장 90곳에 한해 내장객 1,000만명/수요초과

연간 골프 내장객 1,000만명 시대에 골프장은 90곳. 골프의 수요·공급 불균형은 극에 달해 있다. 골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골프장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은 36홀 14개, 27홀 21개, 18홀 55개소 등 모두 90개로 이를 18홀 기준으로 환산하면 113.5개. 18홀의 일일 수용규모는 성수기 때 400명, 비수기 때 200명으로 평균 300명으로 계산하면 전체 골프장의 하루 수용인원은 3만4,000여명이다. 연중 무휴로 개장할 경우 이론적으로 1,241만명이 입장할 수 있다.

한국골프장사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골프장 내장객은 연인원 1,000여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언뜻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골프장이 1년 내내 개장하는 것도 아니고, 골퍼들이 대부분 주말과 공휴일에 집중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주말 골프는 치열한 부킹 전쟁에서 살아 남은 승자의 전리품과도 같다.

70년에 한국의 골프장은 불과 9개. 이후 89년까지 42개, 90년대 들어 올해까지 90개로 늘어났다. 20년 동안 33개, 최근 7년동안 46개가 집중적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런 골프장의 증가 추세는 골프인구 증가 추세에 비하면 어림없다. 80년 71만명에 불과했던 내장객은 87년에 200만명을 돌파했고 91년에는 438만명으로 늘었다. 이때만 해도 2년마다 100만명이 늘어 나는 수준이었지만 92년부터는 매년 100만명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250만명. 미국은 2,470만명, 일본은 1,400만명으로 추산된다. 골프장은 미국이 1만 5,700여개, 일본이 2,250여개에 달한다.<전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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