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할인도 기피… 부도한파 재현 우려연쇄도산 방지를 위해 기업여신회수를 자제하겠다는 결의에도 불구, 종합금융사들이 또다시 기업어음(CP)할인을 기피하고 기존 여신도 조금씩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로그룹이 화의신청서를 내고 대농그룹도 법정관리절차에 회부되는 등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에 대한 여신이 장기간 동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리스 할부금융 파이낸스 등 제3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종금)의 부실우려기업에 대한 신규여신중단 및 기존여신회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경우 기업자금난 가중과 함께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금융시장에 다시 한번 부도한파가 몰아칠까 우려된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종금업계가 기업여신회수 자제를 결의한 지난달 22일이후 월말까지 종금사들의 CP할인(여신)잔액은 7,773억원이나 줄었다. 서울 소재 모종금사의 경우 중견 A업체의 어음만기 연장요청을 거절, 여신을 그대로 회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초우량 대기업 이외의 기업에 대한 어음할인기피 현상은 자율결의 이전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종금사들은 특히 지난달 말일인 30일 기업여신을 무려 6,522억원이나 회수했다. 이는 만기를 월말로 맞춰놓은 어음을 재연장하지 않고 그대로 교환에 돌린데다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총여신 25%) 준수를 위해 중소기업여신을 늘리지 않는 대신 전체 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종금업계는 『금융기관이 자금운용차원에서 여신회수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CP매입처인 은행신탁이 상환을 요청하면 종금사로선 어차피 기업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종금업계가 회수자제를 결의한 여신은 자체보유 CP뿐이다. 총 87조원에 달하는 기업여신중 종금사 자체보유 CP는 약 20조원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은행신탁 등 기관투자들이 매입보유하고 있어 은행신탁이 CP를 돌리면 어음중개자인 종금사도 발행기업에 상환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자기보유어음만을 대상으로 한 여신회수자제결의는 어차피 「자율결의」일 뿐이며 효과도 심리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특융조치로 자금난이 완화하면서 종금사들은 이달 3일간 CP할인을 5,990억원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자금여력만 있다면 굳이 기업여신을 뺄 이유가 없지만 금융시장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이상 여신회수자제결의가 얼마나 지켜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진로 대농 등 부도유예협약 기업들이 화의와 법정관리 등으로 회부됨에 따라 장기간 채권행사가 동결될 수 밖에 없어 자금운용은 더욱 보수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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