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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누가 끄나요/오늘 나리양 「주인공 없는」 8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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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누가 끄나요/오늘 나리양 「주인공 없는」 8번째 생일

입력
1997.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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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돌아와 빨간원피스 입으렴”/어머니 축하카드 쓰다가 실신/친구들 “네 책상 닦아놓았는데”『나리야, 내일이 너의 8번째 생일이구나. 어서 돌아와 케이크의 촛불을 끄려무나. 그래야 노래도 부르고 폭죽도 터뜨리지 않겠니…』

박초롱초롱빛나리(8)양의 어머니 한영희(40)씨는 나리의 생일을 하루 앞둔 8일 생일축하 카드를 쓰다 끝내 실신했다.

박씨가 준비하던 생일상에는 나리가 좋아하는 닭튀김과 아이스크림, 롤러스케이트, 하얀 곰인형이 놓여 있었다. 이웃 옷가게 아주머니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입고 마음껏 뛰놀기 바란다며 빨간 원피스를 선물했다.

어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나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생일상을 눈물로 준비했다. 당장이라도 크고 예쁜 두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와 『엄마』하며 가슴에 안길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한씨는 떡과 전, 케이크 등으로 생일상을 차리다 『제발 나리를 보내주세요. 나리가 미역국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나리가 이 빨간 원피스를 입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애타게 호소했다.

나리의 친구들도 생일축하 카드 30여장을 보내왔다. 카드에는 나리가 친구들과 폭죽을 터뜨리며 생일잔치를 벌이는 그림도 있었다. 공주처럼 차려입은 나리의 모습은 유난히도 눈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너를 빛나리라고 놀렸던 것을 용서받으려 했는데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니―김수진」 「우리가 너를 찾을 때까지 꿋꿋하게 기다려야 해. 너의 환한 얼굴이 생각나서 공부를 할 수 없단다. 세영이가 책상도 닦아 놓았고 내가 서랍도 정리해 놨어―한지연」 「너의 빈자리를 보면서 기도하고 있단다. 펩시맨에게도 부탁했어. 너를 꼭 찾아달라고―권정현」

담임 조남각(54) 교사는 『나리는 피부가 뽀얗고 항상 웃는 얼굴로 친구들과 잘 어울려 인기가 높았다』며 『나리가 돌아올 때까지 수배전단 등을 배포하며 나리찾기 캠페인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동생 한우리(6)양은 언니가 당한 일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한우리는 『언니한테 생일선물을 하지 않을 거예요. 언니도 내 생일때 아무것도 안해 줬어요』라며 충혈된 두눈을 깜빡거렸다. 나리의 생일케이크 촛불은 주인공을 기다리며 타고 있다.<박일근 기자>

◎김 대통령 “범인 조속검거” 지시

김영삼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황용하 청장 등 경찰간부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사건은 반인륜 범죄로 조속히 범인을 검거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또 『모든 국민이 범인검거를 위해 경찰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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