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서전 ‘눈으로 듣는 삶의 노래’ 출판기념회/학창·결혼생활·무대활동 오페라단과 함께한 좌절·보람/진솔한 고백 인간적 모습 ‘물씬’「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한국오페라의 대모, 소프라노 김자경(80) 여사의 삶은 오페라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를 닮았다. 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희」의 여주인공, 50년 한국인 최초의 미국 카네기홀 독창회, 68년 한국 최초의 민간오페라단 창단 등 오페라와 함께 살아왔다. 마흔다섯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 힘으로 자식키우고 오페라단 이끌기가 어찌 쉬웠으랴.
『남편 잃고 오서방하고 재혼했지, 이름은 「페라」라고』 뼈가 시린 농담이다. 『아유, 어떻게 버텨왔나 몰라. 생각하면 기적같아. 참 힘들었지. 매순간 고비였는데 아주 숨차게 올라간 거지』
그가 자서전 「눈으로 듣는 삶의 노래」(삶과 꿈 출판사)를 펴내고 만 80세 생일인 9일 하오 6시30분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 셀라돈 볼룸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솔직한 삶의 고백이 전해주는 인간적 모습이 책갈피마다 묻어난다. 무남독녀로 귀하게 자란 성장기, 화가 남편과의 곡절많고 사랑 지극하던 결혼생활, 이화여전 수석졸업(성악·피아노과)과 미국유학에 이어 58년 귀국 후 프리마돈나로 무대를 누비던 활동기, 이후 오페라단을 이끌면서 겪은 좌절과 보람 등을 썼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나이보다 고운 그의 얼굴과 소녀같은 명랑함에 즐거워진다. 「만년청춘」이다. 나이를 물으면 「스물여덟」이라고 답한다. 90년의 일이다. 『너무 힘들고 외롭고 더는 못하겠어. 「하나님 저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울면서 기도하는데 갑자기 뜨거운 햇덩이가 가슴으로 들이치더니 「너는 28년 전 남편과 함께 죽고 새로 태어났다. 이제 28세인데 뭐가 두려우냐」는 소리가 들렸지』 그날로 영원한 28세가 됐다.
그의 꿈은 세계에 자랑스레 내놓을 수 있는 한국적 소재의 오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작곡가 메노티에게 위촉해 탄생한 것이 「시집가는 날」. 88서울올림픽 때 서울시립오페라단이 초연했는데 악보를 일부 수정, 내년 5월 김자경오페라단 창단 3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린다. 11월 선보일 김동진 작곡 오페라 「춘향전」도 세계를 겨냥한 작품이다.
요즘의 즐거움은 매일 아침 영어성경을 공책에 옮겨쓰는 일이다. 한글성경은 다 썼다. 검정 펜으로 또박또박 적어나간 대학노트 크기의 두터운 공책이 여섯권째다. 건강은 고령이 무색하다. 비결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늘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에 있다. 내년엔 그동안 취미로 해온 서예와 동양화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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