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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정도 850년/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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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정도 850년/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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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모스크바 정도 8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러시아의 옛 문헌에 따르면 로스토프 수즈달공 유리 돌가루키(?∼1157)가 1147년 모스크바강 주변에 도시를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때를 기산점으로 햇수를 따져 올해가 850주년이다. 모스크바 당국은 5일부터 3일간 고대 러시아의 전통을 살린 문화예술 축제로 성대한 85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축제에 참석한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시민들은 『830주년과 840주년 행사는 그게 그것이었는데 올해는 모든 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규모와 내용, 분위기, 거리표정, 시민의 참여도 등에서 차이가 났다.

하지만 구소련 붕괴이후 달라진 모스크바 만큼이나 시민의 의식도 변했을까. 850주년 기념식을 한달 여 앞둔 7월말 러시아 사회학센터 「스타투스」가 실시한 모스크바의 사회의식 조사 결과, 모스크바는 이제 파리나 마드리드와 같은 유럽 도시민의 의식구조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사회가 안정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학자들이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은 의외로 간단한 『무엇을 두려워합니까』였다. 응답자의 24%가 특별히 두려워하는 실체는 없다고 대답했고 56%는 곧 다가올 시험이나 본인(혹은 자식)의 군입대, 강도, 겁탈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문제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25%만 현 사회현상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정치경제적으로 혼돈기였던 3년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여서 조사에 참여한 학자들마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응답자 대부분이 인플레와 범죄를 가장 두려워하는 실체로 지적했다. 모스크비치들이 파리와 마드리드 시민의 사회의식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결론이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모든 상황이 단군이래 최악이라는 요즈음 서울시민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본인(혹은 남편)의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에 대한 불안 등이 아닐까. 생각만해도 우울해진다.<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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