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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분위기 청와대 만찬 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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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분위기 청와대 만찬 70분

입력
1997.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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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싸워봅시다” 김 대통령 건배 제의/총재직 조기 이양에 주류측 당 안정 기대/이 지사는 “근본개혁없인 리더십 위기만”김영삼 대통령이 8일 저녁 청와대에서 주재한 신한국당 주요당직자 만찬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낮 후보교체론 공방으로 격앙된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듯 했다.

1시간 10분만에 끝난 이날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는 후문이다. 만찬 내내 김대통령이 『옷 벗고 합시다(먹자)』라고 제의했을 때 한 차례 웃음이 터졌을 뿐이고, 박수는 김대통령의 건배제의 때에만 나왔을 정도로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개인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7명중 이수성, 박찬종 고문도 포함돼 있어 미묘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사골우거지탕을 메뉴로 식사를 마친 뒤 목요상 원내총무, 김진재 부산시지부장, 김영정 대선기획단 여성본부장, 김영구 국방위원장에게 현안을 물은 뒤 자신의 의중을 밝혔다.

김대통령이 만찬사에서 밝힌 메시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회창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자』는 내용이었다. 김대통령은 『모든 당원은 이대표를 따라야 한다』며 『이대표를 반드시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또 『내가 민자당 대통령후보가 됐을 때 많은 중진들이 당을 떠났으나 우리는 단합해 승리를 쟁취했다』고 회고하고 『그때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지만 단합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새로운 결심으로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며 심기일전을 당부한 뒤 『우리 함께 싸워 봅시다』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김대통령은 총재직 이양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손을 불끈 쥐기까지 했다.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이 이대표에 힘을 실어주려고 무척이나 애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대통령이 이대표 중심론을 거듭 역설하자, 주류측은 환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모습이었으나 비주류측은 불만스런 표정이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김대통령의 총재직 조기이양 방침이 전해지자 주류와 비주류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강삼재 사무총장은 『당내 동요수습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9일 이대표와 이인제 경기지사의 회동에서도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길 대표특보도 『이대표가 총재직을 이양받게 되면 당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지사는 『당의 구조와 체질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없는 총재직 이양은 당이 처한 리더십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내가 당개혁안을 제출한 이후에도 당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개혁안의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박찬종 고문측은 『이대표의 지지도가 추석 이후에도 반등할 기미가 없자, 김대통령이 당에서 손을 떼기위한 단계적 포석 아니냐』고 반문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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