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집중이 큰 문제입니다. 손가락안에 드는 재벌이 아니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얼핏 정부관계자나 대학교수가 했을 것같은 이 말의 주인공은 최근 몇년사이에 무서운 기세로 급성장하고 있는 한 신흥재벌의 사장이다. 이 그룹의 핵심브레인으로 야심만만한 차세대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뜻밖에 털어놓은 이 「고백」은 같은 재벌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함을 말하는 것이다.
30대그룹중 중간정도 서열의 모재벌회장은 재벌로 불리는 것을 매우 언짢아 한다. 이 그룹의 지난해 총매출은 6조원에 못미친다. 삼성전자(15조8,000억원), 현대자동차(11조4,000억원),유공(8조3,000억원)등 재계 빅5의 한개 주력계열사 매출에도 못미치는 「소액」이다. 또 국내 11위에서 30위까지 20개 그룹의 지난해 매출을 모두 합쳐봐야 59조원으로 현대(68조원) 삼성(60조원)그룹의 총매출에 미달한다는 사실도 새삼스럽다. 재벌이라고 다같은 재벌이 아닌 셈이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을 막기위해 30대 그룹에 대해서는 은행여신, 총액출자, 기업인수합병 등에 여러 제한을 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제도의 적용대상을 전경련이 상위 5개그룹으로 축소할 것을 얼마전 정부에 제안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다. 엄청난 격차에도 불구하고 「30대 재벌」로 한두름에 엮여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하위그룹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경제력집중관련 규제를 폐지시키기위한 다목적 포석이다.
문제는 부의 편중현상이 최근 연쇄부도사태나 금융위기로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상위재벌에만 자금이 몰리는 금융상황, 부도로 대기업이 쓰러지면 이를 인수할 여력을 갖춘 기업이 상위재벌뿐인 현실 등 때문이다. 앞으로 민영화하는 공기업과 은행도 상위재벌들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의 근본체질을 강화하는 약이 될 것이라는 작금의 구조조정이 부의 편중이란 독을 낳지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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