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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비자엔 우리 정서가 최고”/신토불이 소재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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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비자엔 우리 정서가 최고”/신토불이 소재 찾아라

입력
1997.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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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정’이어 70년대 정경·동양화 광고 효과만점무대는 70년대 초반 시골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기와집 위로 둥근 보름달이 막 떠오르고 있다. 담 밖에는 감나무 한 그루, 기와로 인 지붕의 처마와 흙담, 바구니에 담긴 빨간 고추와 대나무 평상. 가을 바람이 삽상하게 부는 한가위 무렵 저녁에 한 가족이 흑백 TV 앞에 도란도란 모여 앉았다.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의 레슬링 장면이 TV에서 이어지고 모여 앉았던 가족들은 김일이 일본 선수를 메칠 때마다 환호성을 올린다.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어가고 있는 이미지 광고의 최근작 「인형편」이다. 종이 인형을 이용한 이 애니메이션 광고가 20여년 전 우리의 모습을 투박하면서 서정이 살아 있는 풍경으로 되살려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인이 가지는 고유한 정서를 다루어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상업광고가 잇따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골 냄새 물씬 풍기는 광고가 소비자들의 추억을 자극하는가 하면, 사군자 등 동양적인 소재로 편안하면서 품격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광고도 나왔다. 정을 앞세운 테마 광고로 친근감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 단골손님이나 된장 등 우리 문화를 상징하는 소재도 이용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초 난을 소재로 신제품 타이어 뉴세렉스 광고를 만들었다. 붓끝에 묻은 검은 먹물이 하얀 한지 위로 한 획 한 획 스며든다. 가볍게 내려 앉은 난 잎의 선을 타고 자동차가 품위 있게 달려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딱딱하게 진행되던 그 동안의 타이어 광고와 달리 동양 정서를 강조해 따뜻하면서 품위있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김씨 아줌나네 거니까」를 제목으로 내세운 쌍용그룹의 이미지 광고는 「단골 손님」이라는 주제를 통해 믿음을 강조한다. 그날 팔다 남은 생선은 다음날 팔지 않는 생선장수 김씨 아줌마. 그를 믿고 20년 단골이 된 장모님 이야기를 다룬 이 광고는 풋풋한 우리 생활 현장의 모습을 통해 「믿음이 있는 기업」이라는 주제를 정답게 풀어 갔다.

「정」은 한국적인 광고의 대표적인 소재이다. 한과 함께 우리 민족 마음 깊히 뿌리 내린 이 소재는 기업 광고에 여러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89년부터 「정」을 주제로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동양제과 오리온 초코파이. 「삼촌 군대 가는 날」 「전학 가는 날」 「여름 원두막」 「집배원 아저씨」 등 생활 속의 소재를 주로 다룬 동양제과는 지난 해에는 해외진출 전략으로 러시아 중국 알래스카 등 외국 배경의 광고를 제작해 눈길을 모았다.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한 광고는 효과도 대단하다. 정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연간 매출성장이 5%선에도 못미쳤고 그마저 계속 떨어졌던 오리온 초코파이는 89년 캠페인을 시작한 뒤 1년만에 매출액이 34% 늘었다. 시장점유율도 40% 안팎에 머물다가 90년에는 60%로 성큼 올라서는 성공을 거뒀다.

중앙대 최상진(심리학) 교수는 『한국적 광고는 영상이나 카피로 「아! 그렇지」하는 식으로 한국인의 잊혀진 경험을 되살려 주는 광고』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과거로 되돌아 감으로써 사라진 「내 것」에 대한 향수와 아쉬움, 그리움을 가슴 뭉클하게 느끼도록 하는 이런 광고는 격의없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 효과적』이라며 『갈수록 상품의 질에 차이가 없어지고 브랜드 전략이 중요해지므로 기업들이 이런 광고에 더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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