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에 흥미 보일때가 적기한글은 언제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은가.
요즘 아이들이 조숙한데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글교육을 생략해버리기 일쑤여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글가르치는 시기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또 「0∼2세에 언어습득능력이 최대」라는 언어학자 촘스키이론이나 「문자교육이 두뇌를 발달시킨다」는 주장들은 「조기교육론자」인 요즘 엄마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든다.
이기숙(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말하기와 문자교육을 함께 시켜야 한다는 「총체적 언어학습이론」에 따르면 아주 어려서부터 문자교육을 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글자만을 가르치는 관습적 문자교육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줘 글자를 멀리하게 할 위험도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문자에 흥미를 나타내는 때가 바로 적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한글교육서 「우리 아이 한글떼기」를 펴낸 김미랑(38·주부·광진구 군자동)씨는 『동화책을 들려주거나 간판 과자이름을 읽어주는 등 문자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엄마의 몫이다. 그 다음 아이가 스스로 한글을 깨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입학전 한글을 깨쳐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면 한글교육을 일찍 시작하라』고 권한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 언어인지과정을 전공, 「…한글떼기」를 공동집필한 김효정(37·주부·서초구 서초동)씨는 『아이들은 글자를 이미지로 익힌다』고 설명한다. 「사과」 「오리」 등을 읽어도 「사」자나 「오」자를 따로 떼놓으면 읽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아이는 「엄마」 「아빠」와 같이 의미있는 단어부터 먼저 익힌다』고 말하는 그는 『문자도 그에 해당하는 사물이나 의미를 충분히 익히게 한뒤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과」글자를 가르칠때 사과를 가지고 실컷 놀게 한뒤 글자를 보여준다. 동물원에서 하마를 구경한뒤 집에서 다시 하마그림을 보여주면서 문자를 제시한다면 의미와 문자가 함께 전달돼 효과적이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글자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동화책은 훌륭한 교재』라고 말한다. 우선 아이들은 동화책을 들으면서 문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동화책을 반복해 읽어준뒤 그림만을 보고서 스스로 상상해 읽게 하거나 동화책에서 단어찾기 등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는 『글자 한자한자 떼어 외우게 하거나 단계마다 무슨 글자냐고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너무 일찍 글자를 깨친 경우 그림동화책을 보고도 글자읽기에 바뻐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그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고 덧붙인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